국제 국제일반

서울 G20에 가려 빛도 못본 일본 APEC

->APEC 정상회의 후 전통복장도 없어질 듯. 11일 외무장관.. 썰렁 성황리에 치러진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지켜보는 일본의 초조함이 고조되고 있다. 15년 만에 일본에서 열리게 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는 서울 G20 회의의 그늘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G20 회의에 참석하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APEC에 신경을 쏟느라 정작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서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APEC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 발휘에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일본 국내 언론의 질타까지 겹쳐 APEC 회의를 외교적인 도약의 받침대로 삼으려던 일본 정부의 기대는 두꺼운 벽에 가로막히게 됐다. 12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APEC 회의는 당초 일본의 기대와는 달리‘썰렁한’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1일 폐막된 APEC 각료회의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등 주요국 외무장관들이 줄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장에 설치된 TV화면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이 생중계로 비쳐지고 있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회의장에서는 “여기서도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는데…”라는 탄식도 새어 나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요코하마시가 위치한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지역신문은 각료 공동기자회견이 열린 11일에도 기자석은 30% 정도밖에 채워지지 않았으며, 요코하마시가 APEC 관계자들을 위해 기획한 각종 행사에도 참가자가 하루 2~3명 정도에 그쳤다고 전했다. G20 취재가 한창인 서울로 언론의 플래시 세례가 집중되면서 요코하마는 사실상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물론 정상회의는 G20가 끝나고 13일부터 열리지만, 정상회의 기간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센카쿠 충돌 이후 얼어붙은 중일 관계 해소를 위해 일본이 어떻게든 끌어내려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중국측의 확답을 얻지 못해 아직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11일 각료회의 이후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마이니치신문은 각료회의에서 APEC 주요 의제인 환태평양지역 경제통합 논의에서 각국의 이견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개최국인 일본의 지도력 부족을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회의에 각국 정상들이 개최국의 민족의상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APEC의 상징적인 행사도 요코하마 회의에서는 지켜지지 못할 전망이다. 10일 홍콩 피닉스TV 보도를 인용한 한 일본 언론은 일본측이 각국에 신사참배 때 입는 일본 전통의상인 ‘와후쿠( 和腹)’를 입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일본 관료들은 빡빡한 일정 등을 핑계로 대고 있지만, 냉냉한 중일 관계과 역사적인 반일 정서 등을 감안해 ‘울며 겨자먹기’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에서도 일본의 행보는 시원치 않다. 줄줄이 이어지는 G20 정상들간 릴레이 회담 와중에 일본의 간 총리가 회담에 나선 것은 터키와 EU 단 두 건. 주요 정상회담은 APEC 일정에 맞춰 일본에서 가질 예정이라고 하지만, 산케이 신문은 “존재감(위상)이 높아지는 G20에 총리가 의욕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산적한 과제로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경제선진국 진입을 향해 미, 중 정상들과 회동하며 의욕 충만한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APEC에서의 중일 정상회담 성사에 정신이 쏠려 G20에는 힘을 쏟지 못한다”며 G20 의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만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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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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