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전기 등 에너지는 수요를 아낄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공급도 중요하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구조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생긴다면 아무리 절전문화가 확산돼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의 전력난은 크게 보면 지난 1980년대 때 많이 지어졌던 발전소들이 30년 이상 사용하면서 수명이 다했기 때문인데 이것이 한 번에 겹치게 됐다"며 "수급 차원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에 수립된 3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당초 올해 준공예정이었던 450만㎾ 설비의 발전소들이 준공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밀어붙이기 식으로 건설을 추진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설득작업 부족으로 지금과 같은 전력난이 생긴 단초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만들어질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공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수요관리를 보다 정밀하게 할 수 있도록 예측력을 높이고 발전소를 제때 지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업체들의 발전시장 진출을 장려해 전기시장의 탄력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도 더 높여야 한다. 풍력ㆍ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전력상황에 따라 탄력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얘기다.
정부 차원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절대적으로 싼 전기요금을 빨리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5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1%의 5배가 넘는다. 경제의 역동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과 기업체들이 전기를 너무 많이 쓴다는 뜻이다. 나라별로 봐도 같은 기간 프랑스는 13.1%였고 미국은 7.7%를 기록했다. 일본은 2.0%에 그쳤고 영국(-2.1%), 캐나다(-1.5%)는 전기 사용량이 오히려 줄었다.
이는 국내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료의 원가 회수율은 87.4%에 그쳤다. 전기를 만드는 데 100원이 들어간다면 전기요금으로는 87.4원만 받는다는 얘기다.
한국전력은 산업용이나 가정용 모두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년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1차 에너지원보다 전기요금이 더 싸다 보니 난방도 전기로 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민들은 전기요금 인상에 내성이 생겨 일회적으로 요금을 조정해서는 수요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원가회수율 100% 이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국민들이 전기를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낮은 전기요금이 지금의 전력난을 만든 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전기료를 현실화해 국민들이 전기가 결코 싼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