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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사태로 금융회사는 다시 한번 '대손충당금 쇼크'를 입게 됐다. 특히 은행권에서만 구조조정의 상황에 따라 조 단위의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당장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동부제철의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만 2조6,000억원에 달해 은행권에서만 당장 5,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판이다. 자율협약에 들어갈 경우 요주의 여신으로 10∼20% 정도의 충당금을 적립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칫 동부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구조조정이 확산될 경우 충당금 적립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는 상황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동부그룹 사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의 은행 전체 여신 규모는 6조원(기타 2조원 제외)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동부제철의 익스포저도 2조6,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은행별 여신 규모를 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동부 전체 여신의 32%를 보유하고 있고 수출입은행 8.8%, 농협 7.7%, 우리 6.4%, 하나 5.5%, 외환 2.6% 등이다. 동부제철 여신만 보면 산업은행이 1조원, 기타 다른 은행이 1조6,000억원을 갖고 있다.
은행들은 자율협약기업의 경우 요주의 여신으로, 워크아웃기업은 고정이하 여신으로 여신을 분류해 충당금을 쌓게 된다.
담보 가치에 따라 여신 규모 대비 충당금 설정액은 달라지지만 보통 요주의는 전체의 20%, 워크아웃기업은 평균 50%, 최대 전체의 80%를 적립해야 한다.
이 경우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은행권의 동부제철 충당금 규모는 산업은행 2,000억원 등 총 5,200억원에 이른다. 만약 동부제철이 워크아웃으로 가면 은행권 충당금은 1조3,000억원에서 최대 2조8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동부그룹의 다른 비금융계열사인 건설·하이텍·메탈·팜한농 등이 모두 자율협약으로 가게 되면 6,800억원의 충당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 실제 이날 제철 외의 다른 제조사들은 일제히 신용등급이 강등돼 이런 우려감을 키웠다.
지난해 STX그룹 등 기업여신 부실 여파로 최악의 실적을 냈던 은행 입장에서는 또 한번 충당금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동부에 이어 한진·현대 등 다른 그룹으로 여신 부실이 확대될 경우 은행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들 그룹과 금융권은 이미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상황이다. 충당금 부담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우려해 점진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연말까지 상당 규모의 부실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은행의 올 1·4분기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1.8%까지 떨어졌다.
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금융권 여신 규모가 워낙 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웬만한 기업 여신 부실은 죄다 털었다고 봤는데 동부부터 흔들리면 올해도 경영성과 목표 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자율협약 추진으로 개인투자자들도 다시 한번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현재 전 증권회사에서 판매한 동부제철 발행 회사채 등의 투자자는 1만1,724명(3,205억원)이며 개인투자자가 1만1,408명으로 97.3%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