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많은 운전자들이 기름 값 절감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반면 정유회사들은 유해물질을 줄이고 옥탄가를 높인 고품질 프리미엄 휘발유를 앞다퉈 출시하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반 휘발유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차량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홍보에 소비자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승용차를 아끼는 마음과 경제성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스포츠카를 비롯한 상위 10%의 고급 승용차 소유자가 아니라면 굳이 고(高) 옥탄가의 프리미엄 휘발유를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옥탄가 휘발유의 가장 큰 장점으로 노킹(knocking) 현상 방지를 꼽는다. 자동차의 실린더는 휘발유와 공기를 혼합한 기체연료가 주입되면 압축, 폭발시켜 피스톤을 돌린 뒤 그 힘으로 엔진을 움직인다. 그런데 압축과정에서 실린더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점화 플러그에 의한 정상적인 연소가 이뤄지기 이전에 자연발화가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때 충격음이 발생하는 현상을 노킹이라고 하는데, 노킹이 일어나면 피스톤이 위로 완전히 올라오기 전에 아래쪽으로 압력을 받음으로서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옥탄가가 높을수록 이 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에 제작된 자동차들 대부분은 차량 내에 전자제어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점화시간을 지속적으로 조절, 노킹을 막아준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유하지 않더라도 노킹이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 단 벤츠, 포르쉐, BMW 등 수 억 원을 호가하는 고성능 차량들은 조금 얘기가 다르다. 이 차량들은 실린더에서 연료가 점화되기 이전에 최대한 많이 연료를 압축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강하게 누른 용수철이 더 높게 튀어 오르듯 연료의 양이 동일하다면 압축률이 높을수록 폭발을 통해 더 큰 힘(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제어시스템은 이 같은 고압축 환경에 맞춰진 것이 아니어서 고옥탄가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노킹이 생긴다. 엔진에 손상이 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자동차 클럽의 수석 엔지니어인 스티브 메이저는 “고급 승용차에 일반 연료를 넣어도 운행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출력이 약해지고 가속도가 떨어지며 연비까지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 휘발유와 프리미엄 휘발유 중 무엇을 주유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자동차 매뉴얼을 보면 확실해진다”며 “일반 가솔린을 넣으라고 써있는데 프리미엄급을 넣으면 돈만 낭비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