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진격의 한국 반격의 미국

코리안자매, KIA클래식서 '커'에 져 7연승 놓쳤지만

이미림 준우승 등 '톱10'에 8명 여전히 초강세

4월 2일 메이저 개막

양국 자존심 대결 예고


박세리(하나금융그룹)와 동갑인 크리스티 커(38·미국)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선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6승 가운데 6승이 한국 선수를 2위로 밀어내고 쌓은 승수다. 악연이라면 악연이지만 지난 2013년까지 2년간 한국 기업(하나금융)이 그를 후원하기도 했다. 유방암 퇴치를 위한 기부를 10년 넘게 실천하고 있는 커는 한국의 저소득층 가정도 도왔다.


세계랭킹 19위 커가 1년11개월 만에 우승 가뭄을 끊었다. 통산 17승. 한국 선수를 준우승으로 밀어내고 거둔 승수도 7승으로 늘었다. 커는 30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GC(파72·6,593야드)에서 끝난 KIA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로 역전 우승, 세계랭킹을 11위로 끌어올리며 상금 25만5,000달러(약 2억8,000만원)를 벌었다. 20언더파 268타는 대회 최소타 기록이다. 18언더파 2위 이미림(25·NH투자증권)과는 2타 차. 재외동포를 포함한 한국(계) 선수들은 LPGA 투어 개막 6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지한파' 커가 코리안 자매의 7전 전승을 막아선 것이다. 지난해 막판부터 이어진 코리안 자매의 연승도 '10'에서 마감됐다. 하지만 공동 10위까지 14명 가운데 한국(계) 선수가 8명일 정도로 코리안 자매의 강세는 계속됐다. 뉴질랜드동포인 세계 1위 리디아 고(18)가 17언더파 3위를 했다. 28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벌여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보유한 29라운드 연속 기록이 코앞이다. 재미동포 신인 앨리슨 리(20)는 16언더파 4위, 세계 2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15언더파 5위로 마쳤다. 지난주 우승자 김효주(20·롯데)는 장하나(23·비씨카드)와 함께 14언더파 공동 6위로 마쳤다. 다음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박세리도 톱10에 들었다. 올 시즌 미국인 첫 우승에 1순위 후보였던 세계 3위 스테이시 루이스는 11언더파 공동 15위에 그쳤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한국 선수와 우승 경쟁을 벌였으나 마지막 날 2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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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커가 한국 기업(기아자동차) 주최 대회에서 우승하기는 처음이다. 2011년과 2013년 공동 3위, 지난해 5위로 이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오다 끝내 트로피를 품었다. 시즌 상금 순위는 55위에서 8위(29만달러)로 껑충 뛰었고 LPGA 투어 통산 상금 3위(1,628만달러)를 지켰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커는 2013년 5월 초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 뒤 12월 아들 메이슨을 얻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대리모를 통해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3개월 만의 우승은 '엄마'가 된 뒤 첫 승이라 더 뜻깊었다. 커는 "15개월 된 아들이 18번홀 그린 밖에서 미소와 환호로 반겨줬다.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부친상을 당한 캐디를 위해서도 우승해야만 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3라운드까지는 단독 선두 이미림이 커와 리디아 고에게 각각 3타와 4타를 앞서 있었다. 마지막 날 흐름은 셋의 혼전 양상. 승부처는 16번홀(파4·285야드)과 17번홀(파5·570야드)이었다. 커는 16번홀 버디로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며 중계 카메라에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보였다. 앞 조의 리디아 고는 이 두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우승 경쟁에서 먼저 탈락했다. 이미림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6번홀 3번 우드 티샷을 핀 1m 남짓한 곳에 붙여 이글을 터뜨린 것. 순식간에 1타 차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17번홀에서 5온 2퍼트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티샷이 오른쪽 깊은 숲에 빠졌고 레이업 한다는 것이 다시 러프에 잠기면서 재역전 희망이 차갑게 식고 말았다. 한 홀 만에 1타 차에서 다시 3타 차로 벌어진 것. 마지막 홀에서 1타를 좁혔으나 이미 늦었다. 지난해 신인으로 2승을 거두고 이번 대회에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렸던 이미림은 '이글 뒤 더블 보기' 악몽으로 시즌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전 세계 1위 커는 이날 버디 9개(보기 2개)를 몰아치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12번홀 보기 뒤 네 홀 연속 버디가 컸다. 4월2일 시작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은 한국과 미국의 자존심 대결로 더욱 흥미로워졌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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