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역흑자 전환의 뒤편엔(사설)

적자행진을 계속해온 무역수지가 9월부터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한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정부는 지난 6월 한달 반짝 흑자를 빼고는 94년부터 줄곧 적자를 보여온 무역수지가 9월에 흑자로 돌아서고, 이 추세가 이어져 연말에는 10억∼2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낙관적인 전망은 수출증가와 수입감소에 따른 것이다. 수출은 6월이후 넉달째 두자리 수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수입은 7월이후 석달째 감소하고 있다. 9월들어서도 1∼15일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31.3%가 늘었고 수입은 2.2%가 줄었다. 수출회복과 수입감퇴는 원화환율의 상승덕분이다. 환율상승은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95년 4월 달러당 7백60원선이던 환율이 최근엔 9백15원선을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향상되어 수출촉진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장기 불황이 투자와 소비수요를 감퇴시켜 수입감소를 거들었다.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한몫 한 셈이다. 수출회복과 무역흑자 전망은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한국경제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위기 측면의 원천은 수출부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이 안되면서 무역적자·경상적자가 부풀어 올랐고 경상적자는 외화부족, 환율상승, 외환위기를 불렀다. 외환시장 불안은 금융시장 불안과 자금난을 가중시킨 결과를 낳았다. 수출회복은 위기의 경제에 숨통을 터줘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 이르고 반가워만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수출 경쟁력의 추락이고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근의 수출회복이 환율상승 덕이지 기술이나 디자인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 때문이 아니어서 불안하다. 환율상승에 의존한 수출신장은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더욱이 엔저현상이 가파르다. 원화절하보다 엔화 절하가 더 빨라 환율 상승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서 처지고 선진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입감소가 긍정적 효과만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수입수요의 감퇴는 장기불황의 결과이겠지만 줄여야 할 사치성 소비재 수입은 오히려 늘고 늘려야 할 자본재와 원자재는 크게 줄었다. 기계류 수송장비 각종 원료 등 자본재와 원자재는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다. 경기가 회복됐을 때를 대비하여 시설 투자를 늘려 생산성장 기반을 다져놔야 할 때다. 성장 잠재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자본재 수입 경감을 좋아라하고 시설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성장잠재력까지 까먹게 될 것이 우려된다. 수입이 줄었다고 무턱대고 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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