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부터 시작하자. 5년전 이맘때 신문 칼럼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두가지가 무엇일까? 첫번째는 외환위기다.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 국치라는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사태를 극복하자는 위기감은 소수 연합정권인 DJ정부의 개혁에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지표상으로 외환위기는 3년만에 극복됐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외환위기를 넘어섰을까. 대답을 뒤로 남겨놓자.
두번째는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부정적인 것을 교훈삼으라는 뜻이다. 반면교사가 많이 등장한 것은 비단 5년전 뿐만이 아니다. 10년전에도 그랬고, 15년전에도 그랬다. 새 대통령이 등장할 때마다 전임자를 닮지 말라는 주문이 넘쳐났다.
존경할만한 전임 대통령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은 불행하다. 그리고 역사는 퇴행을 거듭했다. 우리가 외환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뛰었다. 특히 최대의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은 한국이 외환위기의 늪에서 마이너스 또는 저성장하는 동안 고성장 가도를 달렸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지만 `만약 이전의 대통령들이 나라살림을 잘 해 외환위기 같은 게 없었다면 지금 우리경제는 어떤 수준일까`라는 생각이 아무리 지우려 해도 머리 속을 맴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의 정부에서 이어받아야 할 것과 청산해야 할 것을 살펴보자. 아들들과 측근의 비리라는 점에서 DJ는 전임자들과 다를 게 별로 없다. 측근의 비리라는 반면교사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DJ정부의 경제치적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과연 외환위기가 끝났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2002년8월 IMF구제금융을 조기상환하며 외환위기 극복을 공식선언한 이면에는 157조원의 공적자금과 실직, 구조조정 등 국민의 피땀이 있다. 더욱이 공적자금의 상환을 이제 겨우 시작단계며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현안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외환위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DJ정부의 경제치적`은 노 당선자가 물려받을 자산이 아니라 과제라는 말이 된다. 노무현 당선자가 반면교사의 대상이 될 지, 안될 지가 외환위기의 완전한 극복과 경제개혁에 달렸다. 앞으로 5년후에는 `반면교사`를 뇌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홍우기자(경제부)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