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본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국회는 이번주 한국을 세계적 금융 허브로 탈바꿈할 중요한 법안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는 곧 한국에 기회다.
이번 금융 개혁이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현재 ‘포지티브’ 체제인 한국의 금융시장을 ‘네거티브’로 바꾼다는 것이다. 포지티브 금융시스템은 허가를 받은 금융상품만 거래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 네거티브시스템은 금지 목록에 오른 금융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의 거래가 자유롭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네거티브제의 시행으로 날씨선물거래에서 각종 신용파생상품들이 대거 출시됐다.
한국은 또 증권업계간의 통합을 통해 금융 제재를 한층 낮출 전망이다. 그러면 금융기관들은 선물ㆍ옵션ㆍ자산운용 서비스까지 한번에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은행이 한누리증권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에 주목하고 있다. 또 개인 투자자는 브로커의 손을 거치지 않고 증권예금통장을 관리하고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에서 각종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금융 개혁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금융 허브’의 두 가지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 첫번째는 지나치게 점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후 2년 뒤 당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적극 추진한 법안이 지금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 개혁은 20년 전 런던의 ‘빅뱅’과 견주어 비교된다. 하지만 개혁은 단순한 법 제정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영국의 빅뱅은 금융시장에서 통신업계까지 산업 전반의 환경을 자율화했기에 가능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기업환경이 심히 제한적이다. 국경을 넘는 자본의 흐름에 빨간 선을 긋는 것은 금융 허브로의 길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다.
한 도시를 금융 허브로 지목하는 일이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최근 일본이 도쿄 금융 허브 구상을 발표하고 글로벌화에 우호적이지 않은 태국 정부조차 금융시장 개방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 금융 개혁은 성공 여부를 떠나 기존 미ㆍ영 중심의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충분하다. 한국은 금융시장 경쟁력을 드높여 과거 금융정책의 오류를 씻으려 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이 어떨까. 예컨대 사베인스-옥슬리법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