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인터넷주소체계(IPv4)를 무제한인터넷주소(IPv6)로 바꾸는 데 2조1,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KT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주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업체당 1,927억원, 네이버와 다음 같은 콘텐츠서비스사업자(CSP)는 평균 51억원이 소요된다. IPv4로는 사물인터넷(IoT) 등의 주소까지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새로운 인터넷주소 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때문에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가 IPv·전환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제감면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이유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국내 IPv6 준비도 실태조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ISP 업체 4곳과 중소 ISP 115개, CSP 250개 등 총 369개 인터넷사업자가 IPv4를 IPv6로 전환할 때 이 같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IPv6(Internet Protocol version 6)는 주소가 43억개였던 기존 체계인 IPv4를 확장해 43억의 네제곱개 주소를 만들 수 있는 차세대 체계다. 인터넷주소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인데 IPv4는 한정된 인터넷주소(IP)로 사람·사물·기기 등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 실시간으로 흐르는 크고 빠르고 다양한 데이터인 '빅데이터' 등 막대한 IP를 필요로 하는 신산업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욱이 IPv4 체계에서는 남은 인터넷주소가 1,500만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IPv6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장비교체 비용이나 투자비 등에 부담을 느껴 IPv6 도입에 소극적인 게 현실이다. 정부는 민간의 인터넷주소가 IPv6 체계로 절반 정도 교체되는 시점을 2017년으로 봤고 2020년에 이르러서야 모든 주소가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ISP 관계자는 "적용계획은 있지만 아직 기존에 할당된 IP 정리로 주소 확보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실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재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수석연구원은 "모든 업체가 장비교체 비용 부담을 도입지연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며 "중소업체들은 장비와 콘텐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