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에너지정책,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


그간 에너지 산업은 최악의 여건에서도 값싸고 질 좋은 에너지를 공급해 눈부신 경제 성장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천연자원의 부재로 에너지 자립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불리한 수급 여건에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경제 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 수급 체계를 구축했다.

수급계획 확정 과정서 의견 봇물 예상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고속 성장에 따른 성장통도 분명 존재했다. 안정적 공급과 시설 확충에만 주력하다 보니 국민 소통과 신뢰 확보, 안전ㆍ환경과 같은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렇게 다양한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려온 에너지 정책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9ㆍ15 정전 등 전력 부족 사태는 발전소들이 환경 문제와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계획된 시기에 준공되지 못하면서 공급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 주요인이었다. 원전 정책은 안정적 공급에만 맞춰져 있어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문화 의식 결여와 국민과의 소통 문제는 가려져 있었다. 밀양 송전탑 사례를 보더라도 주변 지역 주민과의 원활한 합의 없이는 더 이상 대규모 송전설비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 없이는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가치였던 안정적 공급도 요원할 뿐이다. 예전과 같이 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정책 수립과 전달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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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에는 대통령을 모시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에너지산업의 고민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고드렸다. 보고서에는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등 모든 에너지 정책은 민간 중심의 공론화와 여론 수렴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중요하게 담았다. 국민과의 소통 외에도 원전 안전 강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보호, 취약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 확대 등을 강조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향후 20년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이 예정돼 있다. 이 계획을 통해 중장기 원전 비중 등 2035년까지의 에너지 믹스가 확정된다.

국민과 소통하는 새 공급체계 갖출 것

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 에너지 공급기업, 에너지를 쓰는 산업체와 일반 국민, 정책 조정자로서의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 각자의 의견을 대표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반목이 있을지 모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에너지 정책은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제시한 소중한 의견들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정교한 절차도 마련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한발 다가가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차관으로서 위기에 빠진 에너지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국민의 힘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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