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 포커스] 공직 재취업 제한 강화에… 변칙 인사 판친다

돌고 돌아 자리차지 '스리쿠션 인사' 예사

지난 6일 전국은행연합회는 새 감사를 임명했다. 직전까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제도운영과장으로 일했던 이정하씨였다. 그런데 업계에서 이상한 뒷말이 나왔다. 개인 능력은 둘째치고 인사가 돌고 도는 이른바 '스리쿠션(당구용어로 세 번에 목표도달)'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감사 전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정병기씨가 감사로 있었다. 그는 국민은행 감사가 공석이 되자 바로 국민은행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 자리에 이 전 과장이 온 것이다. 현직은 공직자 재취업 제한이 없는 협회로 가고 '올드보이(OB)'는 금융사로 건너가는 셈이다. 공직제한에 변칙인사가 넘치고 있다. 정부가 퇴직 공무원에 대한 재취업 규제를 앞뒤 재지 않고 강화하다 보니 나온 결과다. 스리쿠션 인사는 기본이고 재취업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자회사와 계열사에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 이 와중에 감사원 출신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 감사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 2012년 3월 당시 저축은행중앙회의 이용찬 부회장이 임기 전에 농협은행 감사로 가고 그 자리를 금융감독원 연구위원이던 김성화씨가 채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협회 부회장은 모두 금감원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며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는 물론이고 대부업협회도 부회장직은 금감원 출신이 맡고 있다. 일단 협회로 갔다가 취업제한 기간인 2년이 풀리면 다시 업계로 가는 것이다. 3월이면 한국씨티·농협·우리·외환·부산·대구은행 등의 감사가 비어 이 같은 돌리기 인사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업계 모두 불만"...일자리 선택의 자유침해 논란도...무조건 막기보다 자리별로 선별해야


최근 안전행정부는 재취업 제한을 받는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사기업 3,960곳을 지정했다. 작년보다 29개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정부의 공직자 재취업 금지 그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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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기준이 일정하지 않고 지나치게 과도한 부분이 있어 공직사회나 업계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당장 공직에서는 일자리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 받는다는 불만이 많다. 특히 비지정 대상 업체에 취업해 사실상 규제를 피해가는 편법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눈가리고 아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공무원은 "무조건 막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고 이를 우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업무 관련 여부를 따져서 갈 수 있는 자리는 보내줘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퇴직한 지 2년이 안 되더라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재취업이 가능하지만 심사를 요청하면서까지 재취업하려는 공무원들은 많지 않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외부길이 막힌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현재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일반 공무원들과 동일하게 퇴직 후 2년간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금감원은 업무 관련도가 없어 금융사로 갈 수 있어도 현직에서 가는 일을 스스로 막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금융 쪽에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감사원 출신의 금융권행이 대폭 늘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특정 출신을 막기보다 업무능력을 평가해 임명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과거 금감원 인사가 문제가 많았지만 국민은행 같은 일이 생길 시 법적책임을 묻는다면 적당히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업계도 강도 높은 공직자 재취업 제한이 만족스럽지 않다. 쓸 수 있는 인사의 폭이 제한되다 보니 당국 'OB 인사'의 임기를 연장해주거나 연임시켜야 하는 경우가 나온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본사에 전문 인력을 두지 못하고 외부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전직 고위관료는 "부적절한 전관 예우는 없어져야 하지만 공직자의 재취업을 과도하게 막는 것도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라며 "실질적으로 재취업 관련 심사를 받아 문제가 없다면 외부에 나갈 수 있도록 하고 해외처럼 로비스트 업무를 양성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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