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은행 민영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SetSectionName(); [송현칼럼] 은행 민영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명예교수

우리은행 민영화는 이런저런 이유로 법정시한을 넘기면서 10년이 넘도록 지연돼왔다. 최근에는 은행을 민영화하겠다던 정부가 느닷없이 우리금융지주를 산은금융지주에 매각해 정부소유 메가뱅크를 만들겠다고 서둔다. 정부는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합병(M&A)한 뒤 중장기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민영화를 달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대은행을 탄생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춰볼 때 적어도 아시아의 10대 은행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원전(原電)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해외 수출 경쟁을 위해서는 우리도 초대형 금융그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접고 거대은행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벌써 두 번째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우리금융 및 산은지주의 민영화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정부의 주장처럼 실제로 은행 민영화를 위한 조치인지 아니면 전관예우를 위한 조치인지는 모르겠다. 외환은행 매각 지연 역시 황당한 케이스이다. 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세계적인 거대은행 HSBC가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배지분의 매수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2007년이었다. 외환은행이 HSBC로 넘어갈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은행 민영화가 확대되고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에 이어 또 하나의 강력한 외국자본이 등장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국내 은행 간의 인수합병 압력이 고조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외환은행 M&A와 관련된 인허가 결정을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에 대한 법적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유보했다. 올해 들어 또다시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간에 외환은행 매수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번에는 론스타 임직원이 연루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책판단을 미루기로 했다.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을 계속 미루는 것은 이른바 '먹튀' 논란에 대한 책임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외환은행 매각은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정부는 가능하면 우리은행은 국내자본에 매각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도 은행을 국내 대기업 등 산업자본에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벌의 은행 소유는 경제력 집중 및 공정경쟁 저해 우려 때문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언필칭 민영화를 강조하지만 우리ㆍ외환ㆍ산업은행 등의 민영화 전망은 항상 불투명했다. 은행산업을 더 이상 외국자본에 넘길 수 없고 재벌에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토종' 금융자본을 육성해 이들이 은행을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은행을 인수할 만한 금융자본이 없을 때에는 이런 주장도 그럴듯했다. 그러나 그런 논리도 한계에 이르렀다. 정부는 외국자본인 론스타가 소유하고 있는 외환은행을 국내 금융자본인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려는 것마저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국자본을 배척하고 대주주 자격요건을 엄격히 따지는 것은 은행민영화를 장기간 유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은행을 민영화해 외국자본이나 재벌에 맡기는 것보다 정부가 소유하는 관치금융을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는 의도나 우리금융과 산업은행을 합병해 메가뱅크를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리 은행도 덩치가 커서 국내에 마땅한 매수 세력이 없다더니 메가뱅크는 어떻게 누구에게 팔겠다는 것인가. 정부의 정책은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때에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서양 속담에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은 모든 것을 믿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은 더 이상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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