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난해 황혼이혼 역대 최다

3만2,000여건으로 크게 증가

전체 이혼 비중도 28%로 커져 줄어드는 신혼 이혼과 대조적


변호사 A씨는 최근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혼하고 싶다"며 찾아온 70세가 넘은 여성 B씨와 상담을 진행했다. 남편과 수십년간 혼인 생활을 유지해온 B씨는 그동안 자녀들을 생각해 이혼을 참아왔다. 그러나 자녀들이 다 커 더 이상 성격 차이와 남편의 횡포 등을 견디기 어려워 남은 인생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혼을 결심했다.

최근 들어 B씨와 같이 결혼 생활 20년이 넘어선 부부들의 '황혼 이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남은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겠다는 인식 변화와 함께 '이혼 시 장래의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앞으로 황혼 이혼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황혼 이혼 사건은 총 3만2,433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황혼 이혼 건수는 2010년 2만7,823건에서 2011년 2만8,299건, 2012년 3만234건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황혼 이혼 건수가 증가하면서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22.8%에서 지난해 28.1%로 5년 새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이혼하는 세 쌍 중 한 쌍 정도가 황혼 이혼을 하는 셈이다.


이는 결혼 5년차 미만 부부의 '신혼 이혼' 사건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혼 이혼은 2009년 3만3,718건에서 2010년 3만1,528건, 2011년 3만689건, 2012년 2만8,204건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근 5년 동안 27.2%에서 23.7%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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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새로 결혼하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초자치단체에 접수된 혼인신고는 32만5,016건으로 2012년 32만9,220건에 비해 1.3% 줄었다. 2011년(33만1,543건) 이후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혼 이혼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황혼 이혼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로는 의학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여성들도 경제적 독립을 하기가 수월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자녀 등을 이유로 참고 살던 이들이 남은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겠다며 이혼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권 독립도 황혼 이혼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혼 시 재산을 분할할 때 법원에서 재산기여도를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실제 돈을 벌지 않았더라도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많을 경우 위자료 외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이혼 전문변호사는 "황혼 이혼은 신혼 이혼과 달리 급작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이혼을 줄이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가정 생활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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