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8일] 겉 다르고 속 다른 국회의원들

명색이 고속도로인데 1분에 6대 정도의 차량만 다니는 길이 있다. 지난 2007년 개통한 익산~장수 고속도로다. 설계 당시 2009년 교통량이 하루 평균 5만452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통행량은 8,714대에 불과했다. 정부가 이 도로를 만드는 데 들인 돈은 총 1조3,077억원이다. 12일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엉터리 수요 예측을 질타했다. 없어도 될 도로를 만드는 데 국민들의 혈세를 들였다는 지적은 국감 단골 사례 중 하나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으니 공격하는 의원들은 신이 난다. 실책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예측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정부에 있다. 국민들도 이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회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발전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신도시 개발, 기업체 유치 등도 있지만 가장 생색내기 좋고 쉬운 게 새로운 도로 개설이다. 재임 기간 중 자기 지역의 도로 신설 계획만 나오면 재선이 훨씬 유리해진다. 지역구 의원들은 어떻게든 우리 지역구에 도로 하나만 깔아달라며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을 어르고 달랜다. 결국 없어도 될 도로를 만든 일등 공신 중 한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엉터리 예측으로 도로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의원들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사상 처음으로 신규 도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안이 나온 직후 국토부 도로 분야 관계자들의 전화는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으로 쉴 새 없이 울리고 있다. 국감 중에도 만나달라는 의원들이 줄을 서면서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 지역구 의원을 5명이나 만나기도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다가올 2012년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열린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도 챙겨야 하지만 누구를 막론하고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금배지 한번 더 달겠다고 필요도 없는 도로를 놓아달라는 의원들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그러면 국감에서 쓸데없는 도로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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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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