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거래시장 '햇살'<br>수도권 거래량 6개월만에 최고 신도시·지방도 두자릿수로 늘어<br>전형적 상승패턴과 일치 분석속 "이사수요 따른 반짝현상" 지적도
| 아파트 거래가 살아나면서 침체됐던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에도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주 말 2만여명의 방문객이 몰린 인천 송도 캐슬&해모로 아파트 모델하우스. /사진제공=롯데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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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 거래가 10건이나 이뤄지면서 매매가도 7,000만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3단지 D공인의 한 관계자)
"전용 59㎡형 이하 중소형 물건은 확실히 거래가 살아나 3억원 이하 급매물을 찾기 어렵습니다." (경기 분당 이매 한신아파트 S공인의 한 관계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주택거래 시장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가격의 그림자라는 '거래량'이 확연히 늘고 있다. 강남3구 등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 등에서 국지적으로만 나타나던 주택 거래량 증가세가 지난달부터 비강남권은 물론 서울 외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이 같은 흐름은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분류되는 강남3구→비강남권→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되는 전형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장의 패턴과 일치해 주목된다. 거래량 증가로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실거래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10월 수도권 거래량, 2007년 수준 회복=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올해 평균치인 1만여건을 넘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 주목하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10월 실거래가'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거래량 1만2,401건은 국토부가 객관적인 통계비교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최근 4년간(2006~2009년) 동월 평균치와 비교하면 아직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택거래가 폭증했던 지난 2006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감했던 2008년을 제외할 경우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전국 아파트 10월 거래량 4만1,342건도 2007년 10월의 4만1,858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남3구는 10월 거래량(801건)이 오히려 2007년 10월의 620건보다 훨씬 많다.
10월 이후 거래량이 단순히 반짝 증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들도 제시됐다. 10월 신고분에는 8월 계약분 6,000건, 9월 계약분 1만7,600건, 10월 계약분 1만7,700건이 포함돼 있다. 통상 매매계약 체결일로부터 60일 이내 신고하도록 돼 있는 실거래가 신고에서 중간 달의 거래량이 가장 많은 게 일반적이다. 이번 10월 실거래가 현황을 보면 마지막 달인 10월의 거래량이 가장 많다. 이달 신고 내용 등이 포함되는 11월 거래량도 증가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강남3구에서 분당ㆍ용인 등으로 거래 확산=주택거래 활성화의 조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예정 단지에서 시작됐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9월부터 매달 거래가 10건가량씩 체결되며 호가도 소폭 상승했다. 개포동 G공인의 한 관계자는 "주공1단지 36㎡형은 최근 6억6,000만원에 거래된 뒤 호가가 7억원까지 올랐다"며 "지구단위계획 공고 등 호재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고 전했다.
거래량 증가세는 경기 분당ㆍ용인 지역으로 확산되며 조금씩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소형 아파트가 많은 분당의 경우 급매물이 서서히 소화되고 있고 용인에서는 중대형 물건도 간간이 거래되고 있다. 분당 이매촌 한신 66㎡형의 경우 한때 3억원 이하 매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급매물 나오면 빠르게 매수세 붙어=한동안 거래가 끊겼던 아파트 시장에서 이처럼 거래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적체됐던 급매물에 매수세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8ㆍ29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집값 내림세가 둔화되면서 관망세를 유지하던 실수요자들이 마침내 집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올 가을 전세난이 극심해지면서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선 것도 거래량이 증가한 원인으로 보인다.
잠실엘스 111㎡형의 경우 최근 매도호가가 10억~10억5,000만원선으로 높아졌다. 1~2개월 전에 비하면 5,000만~1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잠실S공인의 한 관계자는 "잠실엘스 109㎡형의 전셋값이 4억5,000만원까지 오르자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며 "잠실 새 아파트들은 단지별로 10월 기준 20여건씩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거래량 증가는 급매물에만 한정된 것이어서 조만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B공인의 한 관계자는 "요새 개포주공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시세차익보다 실제 거주에 더 관심이 많다"며 "매매 호가가 크게 오르면 이러한 매수세 역시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주택 거래량 증가가 이사철 수요가 많은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월에 고점을 찍고 11월과 12월 비수기로 들어가면 다시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