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우린 노는 물이 달라"… 생수시장 춘추전국시대

농심 "백두산 백산수로 영광 재현하자" 2,000억 투자 연산 125만톤 공장 건설

롯데 아이시스 7년만에 리뉴얼 승부수… 하이트진로 석수·대교 천년동안도 가세

백두산·제주도서 물 건너 프랑스까지 남다른 수질 앞세워 물전쟁 갈수록 치열


생후 8개월 아기를 키우는 주부 이 모(34)씨는 대형마트에 가면 꼭 생수 판매대를 찾는다. 아기 분유를 탈 때 필요한 물을 사기 위해서다. 예전엔 값이 싼 상품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으나 이젠 아기도 있고, 남다른 수질을 내세운 가지각색의 생수들이 많아 1개를 구매하더라도 취수지는 물론 미네랄 함유량까지 꼼꼼히 살핀다. 이 씨는 "전에는 온라인몰에서 쓰던 생수를 대량으로 구매했다"며 "하지만 아기가 함께 마신다고 생각하니 제품 설명 하나도 꼭 읽어보고 선택한다"고 말했다.

노는 '물'이 다른 생수가 쏟아지고 있다.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물' 만난 생수 기업들이 특정 산지를 앞세운 생수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나섰다. 백두산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를 대표하는 샘물들은 물론 프랑스 등 바다 건너온 물까지 가세하면서 '삼다수'라는 절대 강자가 군림하던 생수 시장에 '물(水)'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군웅할거의 대표 주자는 농심. 2,000억원을 투자해 '백두산 백산수' 신공장을 설립, 기존 25만t인 연간 생산 규모를 125만t으로 늘린다. 백산수 신공장은 30만㎡ 부지에 공장과 생활관, 유틸리티동 등 연면적 8만4,000㎡ 규모로 건설될 예정으로 생산 목표는 내년 9월이다. 원수를 병에 담는 보틀링 설비를 세계 최고 음료 회사인 독일의 크로네스에서 들여오며 시공은 중국 3대 건설회사인 북경건공집단유한공사가, 설계는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맡는다. 2012년 말 삼다수와 이별하기 전까지 샘물시장 부동의 1위였던 농심은 공장 증설은 물론 시음 및 쿠폰 행사, 여자 프로농구 지원과 같은 스포츠 마케팅 등 지원사격 아래 백두산 백산수를 육성해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속셈이다.


박준 농심 대표는 "백두산 백산수 신공장은 연간 1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농심의 새로운 100년 성장을 이끌어갈 전진기지"라며 "기존 생산 규모로는 한계가 있어 2,000억원을 투자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생산시설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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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관계자는 "2012년 말 첫 선을 보인 백두산 백산수는 지난 한해 동안 유통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했다"며 "천지 북면 백두산 기슭 해발 670m 내두천에서 취수한 화산암반수로 천연 미네랄 성분을 다량 함유해 몸에 좋은 물로 입소문이 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심의 알리기 전략이 효과를 보면서 올해 1·4분기 백두산 백산수 판매량은 작년 같은 시기보다 55% 늘었다. 매출 상승을 주도한 제품은 500㎖ 소용량으로 증가율이 105.9%에 달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리뉴얼로 승부수를 던졌다. '아이시스'를 출시 7년 만에 '평화공원 산림수'와 '지리산 산청수'로 바꿨다. 평화공원 산림수와 지리산 산청수의 취수지는 각각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DMZ) 인근과 지리산 기슭 지하 암단대수층으로, 칼슘과 마그네슘 등 천연 미네랄 함유량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하반기에 무게를 줄인 사각 페트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충북 청원군 암반수층에서 취수한 '아이시스 8.0'도 새 단장했고, 영화배우 송혜교를 앞세운 광고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이와함께 올해 출시 25년 만에 리뉴얼에 나선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제품 알리기에 적극적이고, 대교의 '천년동안'은 내달 5일까지 자사 홈페이지에서 '물백과상식 OX 퀴즈'를 진행하는 한편 각 지역 '워터닥터'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이처럼 생수 기업들이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생수 시장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생수 판매량은 지난 해 7.8%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6.4%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입 생수(탄산수 포함)의 상황은 더 좋다. 지난해 생수 수입액은 2,476만2,000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도 6월까지 1,00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물을 사먹는 걸 넘어 골라 구매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수 기업들의 양보없는 물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생수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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