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3.89%를 기록했다. 지난 7일 4.10%로 올해 최고치를 찍은 후 중동 사태가 확산되면서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번주에만 0.05%포인트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5년물은 4.33%로 0.1%포인트, 10년물은 4.71%로 0.09%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채권금리의 하락은 고유가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들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채권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물가불안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해외의 잇따른 악재와 함께 국내에서의 저축은행 대란 등으로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주가 조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세도 둔화되면서 수급도 다소 호전됐다.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보유잔액은 21일 현재 73조6,921억원으로, 올해 최저치인 11일의 72조9,200억원보다 8,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중동 사태가 일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서 이런 사안이 해소될 경우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중동 사태가 무난히 해결될 경우 다시 인플레이션이 주요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채권시장의 훈풍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유가상승이 일단락되고 일시적 리스크에 그칠 경우 다시 금리상승 추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