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노후복지 역행하는 조세정책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자영농의 몰락으로 중산층이 붕괴된 로마를 일으키기 위해 주민에 대한 특별세를 폐지하고 부패한 민간 세금징수원 대신 세금징수 공무원이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도록 세제를 개혁해 주민 생활을 안정시켰다. 아우구스투스의 성공적인 개혁으로 로마는 이후 200여년간 '팍스 로마나'시대를 열었다. 로마의 전성기는 구성원의 안정적 생활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노후대비 상품 비과세 줄줄이 축소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근로자의 장기저축 및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저축성보험 중도인출시 비과세 축소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연금은 대표적인 노후대비 상품으로 계약의 기본구조가 초장기 형태로 설계돼 있다 보니 목돈(학자금ㆍ자녀결혼자금ㆍ주택이전자금) 수요 발생시 해지 위험이 크고 해지시 납입액보다 상당히 적은 돈을 돌려받게 된다. 이 때문에 중도해지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계약자의 불필요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중도인출이 발생할 경우 과세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지나친 것이다. 부자들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주택자금ㆍ요양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중도인출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도(연간 200만원)를 확대하는 등 보완장치도 도입했어야 마땅하지만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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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노후대비 상품인 즉시연금보험도 마찬가지다. 즉시연금은 은퇴자들에게 몇 안 되는 매력적인 금융상품 중 하나였다.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고 이율도 시중은행보다 높다. 여기에 장기저축성보험으로 분류돼 비과세 혜택까지 있으니 베이비부머 세대 고객들의 즉시연금 선호는 당연해 보인다. 이들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즉시연금을 활용해 은퇴 후 퇴직금을 맡기고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은퇴자들의 선택폭은 크게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은퇴자의 재취업이 쉽지 않다. 60대의 고용률은 40% 남짓이며 이마저도 비정규직ㆍ자영업에 집중돼 있다. 60대 이상 근로자의 평균 근로소득은 150만원을 밑돌고 있어 일자리를 통한 안정적인 노후 수입 확보는 먼 나라 이야기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의 퇴직 전 소득대체율은 실질적으로 40% 언저리에 있으며 재정악화로 인해 앞으로 계속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유럽의 선진국을 따라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과도한 복지로 인한 재정악화로 유럽이 무너지면서 이 또한 힘을 잃게 됐다. 결국 국민들 스스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즉시연금 등 세제개편안 보완해야

이번 세제개편안은 개인의 노후 준비를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국민들의 노후준비 수단을 빼앗아가는 형국이다. 더구나 즉시연금 가입자의 83%는 3억원 이하, 55%는 1억원 이하 금액으로 가입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한 노인들은 단순히 우리 사회가 보살펴야만 하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그들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의 빈국 수준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고 그들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먹고살 걱정 대신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걱정을 하게 됐다. 그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면 지금 받고 있는 조그마한 혜택은 최소한 남겨주는 것이 예의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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