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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희생자에 대한 장례비 지원을 거부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침몰한 세월호에서 승객을 먼저 내보낸 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승무원 박지영(22)씨와 환갑기념으로 동창생들과 함께 제주여행을 떠났다가 숨진 백모(60)씨의 장례비 지원을 거부했다. 이들 2명의 장례는 22일 오전 인천 부평승화원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장례 전날까지 장례비 지원이 안 된 것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장례비 지급을 결정할 라인이 없어 지급을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청해진해운이 장례비 지원을 고의적으로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회사 대표가 아직 수사선상에만 있지 구속된 것은 아닌데 고의로 장례비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해진해운이 희생자 장례비 지급을 미루면서 인천시가 대납하는 상황이 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유족들이 사고 선사로부터 장례비를 아직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있어 시 예산에서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며 "희생자에 대한 원활한 장례지원을 위해 선조치(지급보증)하고 추후 사고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받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계획도 갖고 있으나 여의치 않으면 예비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청해진해운이 이번 사고 희생자에 대해 장례비를 700만원 정도만 지급한 것을 놓고도 터무니없는 처사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은 "자기들이 낸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한테 달랑 700만원의 장례비만 지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분위기다. 청해진해운은 최근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계약직 직원인 김모(28)씨와 여직원인 정모(28)양 등에 대해서는 각각 729만원과 505만원의 장례비를 지원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장례가 치러졌다.
청해진해운이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일 회사 간부가 참고인 자격으로 해양경찰청에서 조사 받고 있다는 발표를 마지막으로 하루 2차례 열기로 약속한 정례 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앞서 청해진해운은 사고 발생 당일인 16일 꾸린 사고대책본부를 하루 만에 폐쇄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재개한 뒤 다시 21일 외부 접근을 막는 등 불통의 모습을 연발했다.
한편 검찰은 유모씨 일가가 청해진해운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운항을 지시했거나 위법·탈법적인 객실 증축, 화물 과적, 선장·선원에 대한 안전교육 미흡 등에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회사 경영 과정에서 탈세한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검찰의 출국금지 대상은 청해진해운의 최대 주주인 유모씨 등 2명과 김한식(72) 대표 등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해진해운은 이날 일방적으로 3개 항로 여객선 4척의 운항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