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보험업계 '리베이트와 전쟁'

검은돈 年7,000억… 보험료 왜곡 주범 >>관련기사 보험 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별이익, 이른바 '리베이트'문제가 올들어 손해보험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손보사들이 뒷거래로 제공하는 '검은 돈'의 규모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만큼 계약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일부 법인 고객들은 리베이트를 비자금으로 활용,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보험감독 당국은 지난해부터 보험사 리베이트를 척결하겠다는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손보사들도 모집질서 자정결의와 함께 일부 대리점에 대해 특별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뿌리깊은 리베이트 관행이 이 같은 노력들로 근절될 수 있을지, 국내 보험업계 리베이트 실태와 문제점, 근절 대책을 점검해 본다. ◇ 리베이트 어떻게 발생되나 A화재는 지난 2000년 12개 건설회사와 보험금 1,000억원, 연간보험료 5억원인 건설공사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대리점이 유치한 것처럼 꾸며 이 대리점에 5,900만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또 이 대리점은 이중 3,800만원을 건설회사에 리베이트로 제공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리베이트 제공을 위해 손보사들이 가장 흔히 활용하는 수법이 이와 같은 '경유처리'방식. 본사직원이 모집한 보험계약에는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지만 보험대리점을 통할 경우 수수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이를 리베이트로 돌리는 수법이다. 여러 손보사와 계약을 맺은 후 자동차보험을 대량 인수, 수수료 협상을 통해 계약 물건을 넘기는 '매입형 대리점'에게도 필요 이상의 사업비가 지급되고 있다. 지난해 한 보험사는 영남지역 매집형 대리점의 자동차보험 계약 5억원 어치를 인수하면서 29.5%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지난해까지 규정상 대리점에 대한 수수료는 최고 보험료의 22%까지 가능했다. 또 한 손보사 영등포지점 소속의 한 대리점은 자동차보험료 90만480원중 계약자에게 81만480만원만 카드로 받은 다음 나머지 9만원은 대신 입금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 보험업계 부실화 초래 금융연구원은 이 같은 경로를 통해 발생하는 리베이트 규모가 지난 99회계연도 1년 동안에만 6,844억원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이 천문학적 규모의 리베이트는 보험업계에 적지않은 문제를 유발시킨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특별이익 제공이 보험가격 왜곡 등으로 공정한 가격경쟁 여건을 저해해 가격자유화의 안정적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이 보험사 재무건전성의 악화. 리베이트 제공은 결국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훼손시켜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험사의 부실화로 인한 피해는 보험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금 미지급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리베이트를 제공 받은 기업들은 이것을 비자금화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폐해는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기밀비와 접대비 등에 대한 손비 인정한도가 줄어들면서 보험 리베이트를 비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결국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가 보험업계는 물론 전 경제계의 투명성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 보험사 잇따라 모집질서 자정 결의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면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선언하자 손보사들도 잇따라 모집질서 자정 결의 대회를 갖는 등 리베이트 근절에 노력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손보업계 사장들까지 모여 모집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손보사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삼성, 현대, 동부, LG, 동양화재 등 상위 5개사가 법인 대리점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8% 포인트 가량 인하한 것. 이는 과다한 특별 수수료가 리베이트의 원천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 또 실제사업비를 예정사업비보다 많이 쓰는 것으로 지적된 중소형사들은 사업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사업비에 포함되는 인건비와 일반관리비의 비율이 높아 예정사업비 대비 실제사업비 지출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신동아, 쌍용화재등 중소형사들은 올해부터 사업비 관리를 강화, 예정 대비 실제사업비율을 100% 이내에서 맞추기로 했다. 정부가 강도 높은 감독 방침을 밝힘에 따라 손보사들의 대책도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손보사의 한 임원은 "리베이트 관행이 국내 손보업계 태동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근절에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이번에는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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