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부자와 빈자

제10보(152~174)



부자와 빈자가 싸우는 요령을 바둑은 잘 가르쳐 준다. 부자쪽에서는 쉬운 길로 가면 된다. 환경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빈자편에서는 가장 어렵고 어둡고 더러운 길로 가야 한다. 도처에 뱀과 전갈이 도사린 길. 낭떠러지와 수렁이 있는 길.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난삽하고 강퍅한 길로 가야 한다. 그런 길에서 부자를 야만스럽게 껴안고 제 몸을 돌보지 말고 뒹굴어야 한다. 공멸해도 억울할 것이 없고 공생하면 그런 천행이 없지 않은가. 빈자는 절대로 겁이 없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겁과 두려움은 빈자의 사치. 그것은 부자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지금은 21세의 홍성지가 부자이고 25세의 세계랭킹1위 이세돌이 빈자이다. 바둑의 형세가 그렇다는 얘기. 일단 이세돌은 바둑을 흔들어 혼돈 속으로 몰고가는 데 성공했는데…. 그렇다면 백에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얘기가 되는 것일까.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흑에게는 최악의 경우에도 안전하게 도망을 칠 길이 열려 있어요."(박정상) 여차직하면 흑은 참고도1의 흑1,3으로 깨끗하게 탈주할 수가 있다는 것이 박정상의 해설이었다. 흑73은 현명한 몸조심. 참고도2의 흑1로 백을 차단하려는 것은 자기의 무덤을 파는 길이다. 백6 이하 10의 무서운 수순이 있어 일거에 흑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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