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자 0.01%가 어디냐” 뭉칫돈 몰려

시중자금이 한 푼이라도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상품을 찾아 떠돌고 있다. 외환은행의 하이브리드에 이어 국민은행의 자산유동화증권 판매에도 어김없이 수천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민은행 창구는 26일 문을 열자마자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사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연출했다. 영업시간 개시와 함께 전산시스템이 가동되자마자 2,000억원 어치의 ABS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일선 창구에서 미처 고객이 신청한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한 창구 직원들은 나중에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시중부동자금이 금융권의 고수익 상품에 입질을 시작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한 푼이라도 높은 금리를 준다면 `위험`에 개의치 않고 시중자금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국민카드ABS로 몰려든 자금은 `단기 고수익`을 노린 대표적인 `부동자금`이다. 만기가 짧게는 2개월에서 길어야 5개월에 불과한 반면 금리는 연4.9~5%로 3%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국민은행의 3개월 짜리 정기예금보다 훨씬 높다. 당분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진 만큼 고위험에도 마다하지 않고 고수익을 좇는 부동자금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초저금리시대, 위험해도 금리 높으면 OK= 이처럼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돈일 몰리는 것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0.01% 포인트라도 금리가 높은 투자대상이라면 어디라도 돈이 몰리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수익이 높으면 위험도 높다`는 것이 투자의 기본원칙이지만 최근 뭉칫돈들은 지나칠 정도로 `고수익`에 목을 메고 있다. 그만큼 돈이 수익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은행이 지난 주 판매한 하이브리드(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고위험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8.5%라는 높은 수익을 내세워 불과 이틀만에 2,5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하이브리드도 금리는 6%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시중금리보다는 높기 때문에 순식간에 매진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에 갈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위험보다는 수익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보다 개인들이 더 극성=위험이 높으면 기관투자가들만이 투자하는 게 보통이나 최근에는 개인들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기관들은 리스크를 떠안는 것을 극도로 기피함에 따라 하이브리드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데 소극적이다. 개인들이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분석 등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초저금리에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안정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중자금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수단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수익이 높은 곳을 찾아 무더기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국민은행에서 ABS를 구입한 개인투자자는 “어차피 문제가 생기면 국민은행에서 책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ABS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결국 합리적인 리스크 분석보다는 그저 고수익을 쫓아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부동산 투자 막아 더 심화될 듯=이날 판매된 국민카드의 ABS의 경우 사실상 국민은행이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리스크가 거의 없는데다 만기가 짧으면서 수익성까지 좋다. 따라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가기도 어렵고 주식이나 채권시장도 안심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을 절묘하게 파고 든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마치 주택청약에 자금이 몰리듯 고수익 고위험 금융상품에도 시중자금이 몰려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이 떳다방에 대한 세무조사 등 강도높은 대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시중자금이 부동산쪽에 얼씬 거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기는 짧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이 자연스레 시중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투자대상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부동자금이 보다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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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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