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 일본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현재 일본의 누적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6배인 총 850조엔에 이른다. 지난 1990년대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거 국채 발행에 나서면서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연례 실사를 마친 직후 일본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 대표단은 “일본이 대규모 공공부채에서 벗어나려면 중기 재정 회복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정지출 방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포괄적 세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일본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재정적자 문제 해소는 일본 정부의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경기 후퇴에 따른 세수 감소, 재정지출 증가 등으로 균형 재정 목표 시기를 기존 2011년에서 2018년으로 늦출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 지난 2008회계연도(2008년4월~2009년3월) 무역수지는 7,253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1980년 이후 28년 만에 무역적자를 낸 것이다. 올 1ㆍ4분기에 GDP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15.2%(연율 기준)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기미마저 보이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대책 규모는 총 25조엔에 이르지만 현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경기부양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일본 재무상은 최근 일본 정부가 2009 회계연도(2009년4월~2010년3월)에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오는 9월 중의원(하원) 선거가 있다는 점도 재정적자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복병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서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심성 공약이 난무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재정적자 악화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실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는 무디스가 18일 일본의 장기외화표시채권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aa’에서 ‘Aa2’로 두단계 낮추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발행한 외화채권을 사들인 외국투자가들이 일제히 상환 요구를 할 경우 일본 정부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 무역 침체 등으로 일본의 재정적자가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일본이 1조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채무와 비교하면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의 계속되는 경기부양 정책으로 오는 2010년에는 일본의 누적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1.9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