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증시의 신세계'를 기대하며
김홍창 CJ투자증권 대표
올해를 되돌아보면 국내증시는 미국증시와 외국인의 매매동향만을 바라보는 천수답 장세에서 벗어난 뜻 깊은 한해였다.
연간으로는 외국인들이 매도우위를 기록했지만 국내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지속했다. 이는 적립식 펀드로의 자금 유입으로 국내 주식 관련 상품의 수탁고 증가와 이로 인한 국내기관의 매수 여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국내증시 상승의 기본적인 배경은 경기회복 모멘텀이지만 이로 인한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 상승과 저금리 기조 속에 국내 자금시장이 그동안의 안전자산 위주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 증가로 바뀌는 이른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완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인의 투자 행태도 이머징마켓 내 포트폴리오 조절 차원에서의 일부 차익실현 매도가 있었지만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와 함께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강세 전환이 예상돼 외국인의 기조적인 매도우위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증시는 내년에도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며 그 배경으로는 아래의 요인들을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유동성 요인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경기회복 모멘텀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수익률 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매달 자금이 유입되는 적립식 펀드의 특성상 국내증시는 지속적으로 유동성이 축적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요 국내 연기금의 주식 비중 확대정책과 퇴직연금제 도입 등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신규 투자 여력 확대도 지속적으로 국내증시에 긍정적인 환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는 내수회복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기 사이클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오는 2006년에도 중국 경제가 내수성장을 바탕으로 한 성장전략으로 아시아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디플레 국면을 탈피하고 있는 일본 경기도 아시아 경제의 또 다른 활력소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국내 무역수지 흑자 규모 확대와 기업 이익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기업이익의 증가는 다시 가계소득 확대 및 부채조정과 도소매 판매 증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내수회복 과정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국내 소비경기를 가장 위축시키는 요인이었던 가계부채 문제가 점차 해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가계 부문의 자금 조달 여건도 점차 완화되고 있어서 이러한 소비회복은 국내 경기 회복의 기본적인 축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수출경기와 함께 균형 경제성장의 틀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증시의 상승 잠재력은 주식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국내증시의 가치평가를 상향조정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비효율적인 대규모 투자를 반복함으로써 이익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높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금은 기업이익의 절대적인 규모가 커진데다 경기변동에 연동되는 기업 이익의 규모도 크게 줄어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의 질 변화도 한국증시 저평가(Korea Discount) 해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업종 대표주들의 글로벌 톱 수준 경쟁력 확보 및 과거와 차별화되는 자기자본 이익률(ROE)지표의 추세적인 상승, 배당 지급액의 증가율 상승 등 주주 중시 경영의 가속화와 이에 대한 평가 척도의 개선 등은 장기적으로 국내시장 가치를 레벨업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국내 증시는 지금 새로운 신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호적인 여건과 아울러 투자자들의 성숙한 투자문화 확립, 그리고 업계 및 정책 당국의 노력이 어우러져야만 가능할 것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증권시장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해본다.
입력시간 : 2005/12/22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