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로벌 포커스] 군부 조기총선 지지… 집권당 해산 명령

泰 정국 '중대고비'<br>아피싯 총리·민주당 궁지에… 반정부 시위대 승리 가시화<br>"정부-시위대간 정치적 중재엔 탁신 전총리가 적임" 지적속<br>사태 수습돼도 현정부 지지세력 봉기등 갈등 재연 가능성


한 달여를 끌어온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태국의 최대명절인 쏭끄란 축제 연휴(13~15일)가 지나면 아피싯 웨차치 총리가 조기총선 등 중대발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가 조기총선 지지입장을 공식화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권 민주당에 대해 선거자금 모금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며 해산명령을 내렸다. 아피싯 총리와 집권당이 궁지에 몰리는 반면 이른바'레드 셔츠'로 불리는 반정부 시위대의 정치적 승리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태국은 지난 2006년 탁신 친나왓 전총리가 축출하는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정치적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군부와 민주세력간의 단순 대립구도가 아니라 북부와 남부의 지역갈등, 왕실과 군부 등 지배엘리트와 농민ㆍ빈민층간의 계급투쟁(Class War) 성격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시위, 그 원동력은= 지난달 16일 '레드 셔츠' 시위대는 자신들이 헌혈한 피를 담은 7개의 페트병을 정부청사에 뿌리는 '핏빛 시위'를 감행해 한 순간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시위를 주도한 친탁신단체인 독제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정통성 없는 아피싯 총리의 퇴진과 즉각적인 총선실시다. 지난 주말 21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800여명의 부상자를 낳은 유혈충돌 이후 시위대는 희생자들을 수습한 관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등 정부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레드 셔츠'시위의 주도자들이 이번 시위를 '계급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은 수십년만에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들의 R&R(rest & recreation)지역에서 동남아시아의 손꼽히는 공업국가로, 세계 최대의 쌀수출국으로 또 세계에서 각광받는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4,0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농민과 어민들은 소외됐고, 큰 소득격차와 깊어진 계급적 갈등의 골이 이번 시위를 통해 분출되는 것이라고 타임은 분석했다. 탁신에 대한 향수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2000년 집권한 탁신은 소외된 북부지역에 편파적이라고할 정도로 예산을 집중 투입했고, 농민과 서민들에게 무료에 가까운 의료혜택과 장기저리 융자를 제공했다. 반면 기득권층인 왕실과 군부와는 거리를 뒀다. 이는 지난 2006년 쿠데타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농민은 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탁신정부 시절 지금보다 쌀값이 높았고, 미화 1달러 정도면 이용할 수 있는 의료프로그램을 통해 큰 혜택을 받았다며 자신의 시위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교환교수로 태국에 체류중인 정환승 한국외국어대 태국어과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탁신 전 총리가 재임시절 부정부패를 저질렀지만 고향인 치앙마이 등 북동부 지역에 대해서는 편파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지원정책을 시행했다"며 "시위대의 주축인 북동부 지역 농촌 주민들은 탁신의 부정부패와 상관없이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측도 동영상을 통한 메시지 공세 등 원격 정치를 계속하며 시위 군중을 선동하고 있다. ◇정국 앞날, 어떻게 될까= 주요 외신들은 지난 월요일을 고비로 시위대측이 승기를 잡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군부의 태도다. 군부 실세인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참모총장은 유혈사태 이후"현재의 정정불안은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조기 총선이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선관위의 집권 민주당 해산 결정도 아피싯 총리에게 큰 부담이다. 지난 2008년에도 당시 집권당이었던 '국민의 힘(PPP)'당도 같은 유형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해산결정이 내려졌고, 이를 통해 민주당 중심의 연정이 집권하게 된 전례도 있다. 아피싯 총리가 즉각적인 의회해산과 총선 대신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둔 총선일정을 제시할 경우, 이를 시위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솜폭 마나룽산 출라롱콘대학교수는 "지난 4년 동안 태국정부는 반정부시위대와 계속 대화를 해왔지만, 아무런 정치적 타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위대간의 정치적 협상에는 탁신 전 총리의 의중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말레이시아의 영자신문 베르나마는 방콕발 기사에서 탁신만이 레드 셔츠 시위대와 정부 사이의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더라도 태국의 갈등은 잠복상태로 들어갈 뿐이라또 다시 분출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 탁신을 표방하는 '레드 셔츠'에 맞서 현 집권세력을 지지하는'옐로우 셔츠(국민민주주의의 연대ㆍPDA) '도 만만치 않다. '옐로우 셔츠'는 지난 2007년 총선에서 탁신 세력이 승리해 2008년 탁신이 귀국하자 정부 청사와 공항을 점거하는 등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 결국 탁신은 다시 해외로 떠나야 했다. 과거 정국의 고비고비 때마다 정국의 중심을 잡아주었던 푸밋폰 아둔야뎃 국왕에게도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84세의 노령으로 지난해 9월부터 입원해 있는데다 이번 시위가 계급적 갈등요소를 담고 있는 만큼, 국왕의 입장에서 섣불리 어느 쪽을 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환승 교수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든 조기총선을 실시하든 지금의 사회갈등은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만약 총선을 통해 탁신 지지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탁신 전 총리 정권 당시에 소외를 받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남부 지역 국민이 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쏭끄란' 축제 팡파르… 일시적 평화 찾은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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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쏭크란' 축제가 시작되면서 방콕의 긴장감이 한결 누그러지고 있다. 태국 전통 신년축제인 쏭끄란은 한국의 설 명절과 같은 개념이어서 대다수 도시민들이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 대이동이 펼쳐진다. 태국인들은 쏭끄란 기간 행인과 차량에 물을 뿌리며 축복을 비는 의식으로 새해를 기념한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많은 관광객들이 이 기간 태국을 찾기도 한다. 외신들은 쏭끄란 연휴가 시작되면서 시위로 얼룩졌던 방콕시내에도 물싸움이 벌어지는 등 평화로운 모습이 찾아왔다며 정치적 대립에 염증을 느끼는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여전히 쇼핑 중심가인 라차프라송 거리와 랏차담넌 거리 등을 점거한 채 반정부 시위를 지속하고 있어 명절 분위기는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 식당과 상점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급감, 명절 분위기를 즐기지도 못하고 수입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에도 태국은 쏭끄란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전인 4월12일 비상사태를 선포, 연휴 분위기를살벌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당시 신년 연휴 기간을 이틀 연장해 시민들에게 새해 맞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군경과 시위대간 충돌의 여파로 명절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한편 태국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최근 태국산업협회(FTI)의 발표를 인용, 반정부 시위의 장기화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치 대비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태국 전체 경제의 약 6%를 차지하는 관광업이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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