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버냉키 "재정적자, 美 경제 위협"

재신임 인준과 감독권 축소 등 현안에 묶여 극도로 말을 아껴왔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 경제 수장의 입에서 행정부를 향해 흘러나온 첫 마디는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시급히 줄여야 한다는 충고였다.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계획을 실행하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7일 버냉키 의장은 댈러스 지역상공회의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미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의회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적자 감축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시중금리가 인상되며 경제 회복에 탈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재정적자 우려로 인해 유럽에 이어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3.25%에 머물렀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3.9%로 올랐다. 크게 보아 국채 금리는 경제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국면이지만 수익률이 높아질 경우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중 대출 금리가 연동 인상되는 효과가 있어 경제 회복 기조를 해칠 수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의 금융권 감독권한이 유지됨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몸을 낮춰왔던 버냉키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며 "행정부와 의회를 향한 FRB 의장의 전통적 목소리 내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궁극적으로 세금인상이나 사회보장 축소, 기타 정부지출 축소 등이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재정적자 감축은 결국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주택시장이 지속적인 정상화 기조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등 미 경제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며 기존의 초저금리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를 통해 "미 경제가 여전히 초저금리 정책을 필요로 하지만 (그간 매입해 온) 모기지증권(MBS)을 특정한 시점에서 매각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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