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되살아나는 꺾기 관행

전통 굴뚝업체인 D사의 K사장은 최근 J은행을 찾고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J은행은 국민들의 혈세인 공적 자금을 받고 외국계 투자기관이 대주주로 들어서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사장은 단기간에 구조조정에 성공한 이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에서도 선진 경영기법과 객관적인 신용조사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중소기업 대출을 시행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은행문을 들어서고 대출부 직원과 몇 마디도 하기 전에 막연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출기간을 연장하려면 예금을 들어야 합니다. 은행도 장사를 해야 하는데 대출만으로는 안됩니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꺾기를 한다는 얘기를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K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심사기준으로 선진경영을 하고 있다는 선도은행이 아직도 구시대 유물인 대출 꺾기를 강요하다니. K사장은 이전에 2억원 이상의 대출금을 연리 13% 이상의 고리를 지불하면서 사용하고 있었다. 기간 연장을 위해 은행을 다시 찾았는데 대출금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4,000만원 가량의 예금을 연리 6~7% 정도로 새로 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동료 친구들에게도 사정을 호소하니 친구들도 똑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K사장은 "이 은행은 경영 부실에 시달려 국민들의 공적 자금을 받아 재기에 성공했고 이에 대한 성과로 대규모 스톡옵션을 발행해 임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며 "자기 식구 챙기기에 바쁜 은행이 결국 국내 중소기업의 건전한 자금대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한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또 다른 곳에서 자금을 빌려 은행에 예금하고 대출기간을 연장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업계가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창투사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신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꺾기를 강요하면서 중소기업 사장들의 처진 어깨를 짖누르는 은행들의 대출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서정명<성장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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