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9일] 원자력 기술 원조의 선행조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이 0.1%까지 상승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순위도 전년보다 한 계단 오른 26위가 됐다고 최근 기획재정부가 밝혔다. 절대 금액으로 보면 증가액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 규모나 국가 위상에 비춰볼 때 부족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규범 맞게 ODA모델 구축을 앞으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 오는 2015년까지 5년 안에 GNI 대비 0.25%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저개발국의 경우 국제사회가 많은 경제 원조를 제공해도 현장에 도달하는 것은 실제 지원금의 극히 적은 부분밖에 안 되는 경우가 있어 기존 경제지원방식의 원조효과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늘고 있다. 따라서 ODA의 양적 규모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국제규범에 맞게 선진화하고 그 분야와 내용도 더 가다듬고 다양화한 우리 고유의 한국형 ODA 모델을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국제사회는 과학기술 원조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 해결책으로 과학기술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선진국의 대외원조 내용도 재정지원에서 인프라와 기술역량 강화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 195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박사는 이전 40년간 국민 1인당 총산출(Gross Output) 기여도 요인을 연구해 과학기술 기여도(87%)가 자본투자(12%)에 비해 더 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4월 서울에서 원자력 안전 국제포럼이 열렸다. 새로 선출된 신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내외 원자력 관계기관의 전문가 1,000여명이 모여 원자력 안전 현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포럼의 목표는 명료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나라가 원자력 도입과 증설을 계획하는 시기에 원자력 안전의 구체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원자력 선진국과 신규 도입국 간의 원자력 안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 인프라의 불균형과 격차는 결과적으로는 전세계의 건강하고 현명한 원자력 과학기술의 이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새로 원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국가들의 튼튼한 안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원자력 선진국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즉 전세계 원자력 안전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고민 끝에 조심스레 새로 만들어질 한국형 ODA에 원자력 안전을 꼭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개도국의 경제개발 및 복지 증진을 ODA의 근본 목적이라고 할 때 원자력 안전 인프라야말로 꼭 필요한 원조다. 경제 개발의 핵심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에 필요한 수원국의 원자력 안전 인프라를 지원해줌으로써 경제 발전을 위한 에너지 개발과 인간 안보라는 최우선 과제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정식회원국으로 선진 원조 정책을 실현하는 일임과 동시에 IAEA 회원국이자 원전수출국으로서 국제 원자력 안전 확보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원전 안전 인프라도 지원 필요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전은 436기이고 2030년까지 430기가 더 지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도 확고한 원자력 안전을 전제로 할 때라야 가능하다. 또한 UAE 원전 수출성공은 '한국 원자력=안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자로 수출에서 그치지 않고 도입국 원전의 안전성까지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금 원전 선진국으로서 원자력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이자 개도국의 과학기술 역량개발 지원까지 가능한 해결책이 바로 원자력 안전 ODA이다. 이는 원자력 안전과 한국형 ODA 정책의 전략적 제휴이자 한국 원자력 안전기술을 전세계에 더욱 확고히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