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가뭄, 체력저하' 기업버티기 한계

'돈가뭄, 체력저하' 기업버티기 한계[비틀거리는 한국경제] (2) 힘빠진 성장엔진 흔들리는 한국경제1. 커지는 불안감 2. 힘빠진 성장엔진 3. 금융시스템 마비 4. 취약한 경제구조 5. 허리 휘는 중산층 한국경제를 이끄는 기관차인 기업의 성장엔진에 힘이 빠지고 있다. 금융경색이라는 고개만도 험하고 가파른데 고유가에 포드의 대우차 입찰포기 등 예기치 못한 각종 악재까지 돌출, 엔진의 힘을 소진시키는 까닭이다. 지난 상반기 말부터 상당수 대기업들은 긴축경영에 들어가는 등 유동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반기 중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심각한 자금난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동성 확대노력을 펼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상당수 기업들은 프라이머리 CBO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연히 운전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힘이 부쳐 허덕댄다. 이들은 『정부의 프라이머리 CBO 확대방안은 생색용으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벤처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외환위기 후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 기존 대기업과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체제로 전환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이같은 정부의 계획은 공염불로 그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젖줄인 코스닥시장이 바짝 말라붙었는데 벤처기업들이 어디서 내일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농수산물 온라인 유통업체인 D사는 최근 투자를 약속한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돌연 투자백지화 방침을 통보해와 망연자실해 있다.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추진하던 사업의 자금조달 방안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1,000만원을 마련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옥석가리기란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문닫는 벤처업체들이 급증하는 것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중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 말 현재까지 휴·폐업한 벤처업체들은 모두 32개사에 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휴·폐업 벤처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바람은 금융경색으로 허덕이는 기업의 숨통을 바짝 죄고 있다. 유가는 금융경색과는 달리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다. 따라서 유가가 오르면 고스란히 그 충격을 떠안아야 한다. 기업들 나름대로 원가절감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더욱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고유가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가격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품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김석중(金奭中) 전경련 상무는 『기업들은 마진폭을 최대한 줄이면서 버틸 때 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이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상당수 업체들이 존폐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악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격속락으로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평가되던 반도체 분야도 휘청거리고 있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로 64메가 D램 가격은 6달러대로 떨어졌다. 반도체 가격하락은 특정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반도체 등 첨단제품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악재가 첩첩이 쌓여 있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정부에 이같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엄기웅(嚴基雄) 대한상의 상무는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문재기자TIMOTHY@SED.CO.KR 송영규기자SKONG@SED.CO.KR 입력시간 2000/09/18 17:3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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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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