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창투사를 위한 변명

이상훈 기자<정보산업부>

투자신탁사의 각종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은 돈을 믿고 맡긴다. 꼬박꼬박 운용 수수료를 물지만 손실이 났다고 운용사에 책임지라고 하지 않는다. 그건 본인이 감수해야 할 투자위험이라고 여긴다. 창투조합의 투자자는 다르다. 운용사가 손실을 내면 일정 비율까지 손실을 떠안으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투자조합 결성 자체가 어려워 전체 조합 규모의 15%가량을 부담하는 창투사 입장에서는 이런 조건이라도 마다할 형편이 못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물주’라 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아직은 창투사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투사가 설립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7년부터. 따라서 10년 이상의 운용 실적을 갖고 있는 곳은 많아야 20개사 정도다. 한마디로 평가받는 데 참조할 만한 경력 자체가 부족하다. 여기에다 벤처 거품기에 결성된 상당수의 조합은 적자 결산으로 마무리됐다. 투자 기간이 훨씬 짧고 위험 헤지도 간편한 뮤추얼 펀드와 벤처조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이런 성과의 차이가 ‘대접’의 차이로 이어진 셈이다. 창투사의 조합 출자 비중이 1%선에 불과한 미국의 경우에도 조합이 적자로 끝나더라도 창투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창투사의 도덕성과 전문성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창투사가 전문가로서 합당한 실력과 도덕성을 보여왔다면 원금 손실에 따른 책임까지 부담하는 일은 애당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탕주의가 팽배한 한국적 토양에서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창투사들에 대한 평가에 옹색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업계 스스로 과거의 부실 또는 부정에 대한 자정 움직임을 주도해나가고 있고 투자성과가 우수한 창투사를 중심으로 기관투자가들에게 불합리한 관행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기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이제 국가 경제를 살리는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바깥의 창투사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지만 ‘희망’을 말하고 싶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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