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산업' 외면하는 방송위

정두환기자 <정보산업부>

[기자의 눈] '산업' 외면하는 방송위 정두환기자 정두환기자 “왜 기업들이 기를 쓰고 남보다 한발 앞서 무엇인가를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으려 하겠습니까. ‘최초’라는 것은 바로 시장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특히 그것이 ‘세계 최초’일 때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인 MBCo사가 ‘세계 최초’로 방송국을 개국하고 본방송을 시작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국내 위성 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대책 없는 사업지연에 한숨만 짓고 있다.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서비스 준비가 덜된 탓도 아니다. 위성 DMB 서비스의 성공 여부가 걸린 ‘지상파 재전송’이 허가권한을 가진 방송위원회의 반대에 가로막혀 가만히 앉아서 ‘세계 최초’의 위상을 경쟁국인 일본에 넘겨주게 된 것이다. 방송위가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반대하는 이유는 재벌의 방송시장 진출이 기존 방송,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방송사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조찬회동을 가진 노성대 방송위원장도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위성 DMB 사업자의 지상파 재전송 허가에 난색을 표명했다. 방송위가 ‘제 식구’를 챙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방송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통신장비ㆍ단말기업계는 방송을 ‘방송’으로만 인식할 뿐 ‘산업’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산 휴대폰이 반도체ㆍ자동차와 함께 주력 수출상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소비를 촉진, 탄탄한 내수기반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록 이 과정에서 사업자 난립으로 중복투자나 출혈경쟁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산업 전체에 미친 엄청난 시너지 효과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위성 DMB 서비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관련 기술도 멈출 수밖에 없다”며 “시장도 없는 기술을 어느 업체가 개발하려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방송위는 방송 영역에 진입하려는 강력한 경쟁자를 저지함으로써 당장은 기존 시장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가산업 전체가 잃게 될지도 모를 산업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dh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4-11-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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