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재건축 조합 선거에 부는 새 바람

변호사ㆍ대학교수ㆍ정당인.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들의 경력이 아니다.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조합장 또는 조합설립추진위원장에 선출된 인사들의 면면이다. 지난달 선거가 진행 중인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를 기자가 직접 찾아봤다. 분위기는 국회의원 선거 뺨 칠 정도로 뜨거웠다. 조합 설립추진위원장 선거가 한창이던 단지 곳곳에는 선거 벽보와 플래카드가 널려 있었다. 후보의 이름과 기호가 새겨진 어깨띠를 맨 아줌마 부대들은 단지 곳곳에서 전단을 뿌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한 후보는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했다. 주민들을 만나 악수라도 한 번 하고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중점 추진 사업을 제대로 알리려면 하루 종일 단지를 누벼도 모자란다는 말이다. 그는 "과거처럼 인맥을 활용하고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전문성과 사업 계획으로 승부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와 단지 주민들로부터 '세(勢)가 다른 후보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추진위원장에 선출됐다. '재건축'하면 '비리'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최근 선거가 진행된 재건축 단지들도 전임 위원장 또는 조합장들이 비리 의혹으로 사퇴를 하면서 재선거가 진행됐다. 최근 만난 한 건설회사 임원은 "재건축과 관련된 건설회사ㆍ조합ㆍ조합원 모두 함께 변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지금껏 건설회사들은 선물 등을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고 조합과 조합원들은 이를 기대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결국 양자 모두 손해라는 것이다. 그는 "건설회사가 비용을 쓰면 결국 재건축 사업에 전가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냐"고 속내를 비쳤다. 이런 와중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사회 지도층'에 속한 후보들이 투명성을 내세워 선출됐다는 소식이 나쁘게만 들리지만 않는다. '강남구와 인근 구'라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분명 서울 재건축 조합 선거의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기왕 불기 시작한 훈풍이 또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도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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