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데스크 칼럼] 해도 너무하는 던힐


희한한 통계가 있다. 담배회사들의 지난해 결산이 그렇다. 매출액과 법인세 납부액부터 보자. KT&G가 매출 2조4,999억원에 법인세 2,889억원. 필립모리스(PM)코리아는 4,895억원 매출에 법인세 449억원을 냈다. 매출에 대한 법인세 비중이 각각 11.55%, 9.17%에 이른다. 반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는 이 비중이 9.79%에 불과하다. 매출 5,870억원에 법인세는 고작 46억원. 법인세 납부 기준이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동일한 사업구조를 지닌 회사들간 세금편차가 이토록 크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초고율배당에도 수익 악화 들어 가격 인상> 이상한 통계는 이 뿐 아니다. 매출원가율도 크게 차이 난다. KT&G는 39%, PM은 36%, BAT는 99%다. 아니, 매출원가율이 99%라니. 마진이 거의 없다는 얘기인데 BAT는 어떤 돈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었을까. 손익계산서에 기재된 ‘이전가격 조정(1,166억원)’이란 항목이 눈에 띈다. 일단 매출은 본사가 모두 가져간 뒤에 본사와 계열사간 거래금액 가격 조정을 통해 적정 이윤을 남기는 회계를 동원한 것으로 읽혀진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BAT의 결산은 해외주주의 이익극대화, 한국법인에 대한 지배력 극대화라는 시각에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주주배당률이 무려 2,189%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당기순이익을 몽땅 배당한 결과다. 로열티로도 매출액의 일정액이 빠져나간다. 반면 사회공헌은 극히 미미하다. 덩치는 KT&G의 24%지만 기부액은 1.04%에 불과하다. BAT측에 문의했더니 대답이 없는 가운데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렸다. BAT가 밝힌 인상의 이유는 ‘수익성 악화’. 기가 막힌다. 해마다 수천%씩 주주배당을 하는 회사가 수익이 나빠져 값을 올린다니! 가격을 올린 BAT가 얼마나 더 가져갈 수 있을까를 따져봤자. 인상폭은 갑당 200원. 주종인 2,500원짜리를 기준으로 삼으면 8%인상에 해당되지만 실제 수익은 그보다 훨씬 높아진다. 담배에 붙는 세금이 가격과 관계없이 정액제이며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의 원가는 600~650원 수준이라는 점 때문이다. 외형적인 인상률은 8%지만 실제 수익의 상승폭은 30% 이상으로 추정된다. 가격인상으로 늘어날 수익을 BAT는 어떻게 처리할까. 한국 진출 이후 십수년간의 경영행태가 반복된다면 증가하는 순익의 전액 천문학적 배당, 비상식적 회계구조를 통해 외국인 주주에게 돌릴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의 늘어난 부담이 외국주주에게 고스란히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막상 해도 너무 하는 것은 BAT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상식을 초월하는 초고율배당에,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기부금 비중, 동일업종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법인세 납부에도 한국은 BAT입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의 하나다. 젊은층의 선호 속에 단일품종으로는 BAT의 던힐이 판매 1위를 굳힌지 오래다. <세무조사 과정 투명성 확보 필요> 근시안적 행정과 비밀주의도 문제다. 국세청은 BAT가 본사와의 거래가격(이전가격) 조작을 통해 탈세했다는 혐의에 따라 거액의 법인세를 추징했으나 조세심판원에 불복신청을 낸 BAT의 논리에 밀려 지난해에 606억원을 쉬쉬하며 환급해준 적도 있다. 정기조사라고 하지만 이례적으로 BAT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중인 국세청이 2라운드에서는 어떤 결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의 철저한 정보차단 속에서 진행됐던 1라운드와 달리 이번에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두 눈 뜨고 지켜볼 일이다. 차제에 BAT코리아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했던 지방정부의 결정이 과연 옳았는지 되새겨볼 필요도 있다. 외국산 브랜드 담배의 주력 소비층인 20, 30대에게도 권하고 싶다. 단순 기호품이라는 점을 떠나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장학금 혜택은 거의 없이 등록금을 쓸어가는 일부대학보다 BAT의 경우는 더 심하다. 제 뱃속만 채우는 재단이 등록금을 8% 올린다며 30% 이상의 수익을 가져간다면 참을 수 있을까. 한국은 정녕 봉인가./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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