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저랑 스코어가 가장 비슷하게 갔어요. 다른 분들이 '수업은 안 하시고 골프만 치셨냐'고 타박하더군요."
국내여자프로골프(KLPGA) 프로암대회에 참가했던 한 프로골퍼에게 '아마추어들 실력이 어땠냐'고 기자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프로암 대회는 일반인과 프로선수들이 팀을 이뤄 함께 라운드를 펼치는 골프 행사다. 이 프로골퍼는 건설업체 임원, 중소기업 사장, 모 대학 교수와 함께 팀을 짜 라운드를 했다.
이 일화가 떠오른 것은 등록금 인하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때문이다. 학생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정부 예산으로 교육비 지출만 확대할 수는 없다. 대학들의 자체적인 비용절감도 절실하다고 본다. 학생들이 낸 수업료는 학생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진다면 등록금 문제는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립대 44곳의 정교수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수들은 안식년에도 급여가 정상 지급된다. 학생들이 이런 비용까지 분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문도 해봐야 한다.
앞서 능숙하게 골프채를 휘둘렀던 교수님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 교수님은 어떻게 프로골퍼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실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 물론 타이거 우즈에 버금가는 유연한 상체 꼬임과 스윙을 타고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안식년' '연구년'에 해외에 나가 1주일에 10라운드 720홀을 돌았던 것은 아닐까. 물론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 교수들이 연구 목적으로 미국에 간 뒤 평일에 골프 치러 다니는 것을 보면서 같은 교수로서 부끄러웠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던 모 교수의 발언은 이 대목에서 울림이 크다.
한 골프장에서 프로골퍼가 목표인 20대 초반 대학생 남자 캐디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수업료와 훈련비가 부담 돼 캐디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지망생들은 이 시간에 샷 연습을 할 텐데 괜찮냐"고 묻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멋쩍게 웃었다. '교수님, 나이스샷'이 내게 씁쓸하게 들리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