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입에서는 각 대학이 표준점수를 쓰느냐, 백분위를 쓰느냐, 또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느냐, 가공해 활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수험생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수능성적표에 원점수나 400점 만점으로 환산한 변환표준점수 등 각 대학이 전형에 `손쉽게' 활용했던 성적은 표기되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표준점수 및 100개의 구간 가운데 수험생 성적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백분위, 또 등급(1~9등급)만정수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음달 14일 성적이 통보되기 전까지 자신의 원점수를 토대로 정확한 표준점수를 산출할 수 없어 수능성적을 기준으로는 거의 입시전략을 짤 수 없다는 점.
지난 6월과 9월 치러진 모의고사에서도 사회/과학/직업탐구 및 수리영역에서는선택과목에 따라 원점수로 같은 만점을 받았더라도 표준점수로는 최고 10점 이상 차이가 났었다.
대다수 수험생이 응시하는 언어나 외국어(영어), 수리영역에서는 표준점수 추정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소수의 수험생만 응시한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경우에는 표준점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분석.
평균점수가 낮은 영역이나 과목에서 높은 원점수를 얻으면 표준점수가 급상승할수도 있고 반대로 원점수 만점자가 많은 과목에서는 만점을 받더라도 낮은 표준점수가 주어질 수 있으며 1문제만 틀려도 곧바로 3등급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주요 대학이 백분위를 사용하거나 표준점수를 활용하더라도 탐구영역은 백분위를 쓰는 등의 보정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지만 그마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 수험생과 진학 지도 교사들의 `답답증'은 한달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표준점수의 '마술' = 올해부터 각 대학이 입시에서 활용할 수능 성적표상 가장 중요한 정보는 영역별.선택과목별 표준점수이다.
원점수, 400점 만점 환산 변환표준점수 등이 전혀 기재되지 않기 때문.
표준점수란 원점수의 상대적인 서열을 나타내는 점수, 즉 원점수의 분포를 영역또는 선택과목별로 평균 및 표준편차에 따라 변환한 분포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보여주는 점수다.
선택과목간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과목간 난이도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원점수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됐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문제는 표준점수가 난이도와 수험생 전체 집단의 수준에따라 들쭉날쭉하다는 것.
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9월 모의수능에서는 수리 `가'형 원점수 최고점의 표준점수(0~200점)가 145점, `나'형은 163점으로 무려 18점이나 차이가 났으며 1등급과 2등급을 구분짓는 표준점수도 `가'형 134점-`나'형 142점으로 `나'형이 8점 높았다.
따라서 주요 대학이 `가'형에 가중치를 주는 점을 감안하면 `가'형 최고점수는10% 가중치를 받더라도 `나'형 최고점수에 미치지 못하고, 똑같은 1등급 커트라인에걸렸더라도 1%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에서는 `나'형이 6.66점, 5% 가중치를 주는대학에서는 `나'형이 1.3점, 10% 가중치를 주는 대학에서는 `가'형이 5.4점 높은 점수를 받는 셈이 된다.
17일 치러진 실제 수능에서는 수리 `가'형이 다소 까다로웠다는 것이 대체적 반응이어서 표준점수 차이는 모의수능 때보다 상당히 줄고 상위권 `가'형 선택 수험생이 가산점까지 받으면 불리하지 않거나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월 모의수능에서 언어(0~200점)와 외국어(영어, 0~200점)는 원점수 최고점수의표준점수가 143점으로 똑같았으나 129점, 136점에서 각각 1등급과 2등급이 갈렸다.
탐구영역(0~100점) 선택과목별 최고성적은 사회탐구가 61(세계사)~74점(정치),과학탐구가 64(화학Ⅰ,생물Ⅰ)~70점(지구과학Ⅱ)으로 13점 차이가 생겼고, 1등급 하한 점수는 사회탐구 61(세계사)~66점(정치,경제), 과학탐구 62(화학Ⅰ,생물Ⅰ)~66점(물리Ⅰ,화학Ⅱ) 등 4~5점 차이를 보였다.
제2외국어/한문은 중국어Ⅰ, 아랍어Ⅰ, 한문의 1등급 커트라인이 65점으로 가장높았고 일본어Ⅰ과 러시아어Ⅰ이 62점으로 가장 낮았다.
특히 세계사는 만점자가 13.48%에 달해 이들이 모두 1등급을 받았고 2등급이 상위 4%부터 11%여서 2등급에 해당하는 수험생은 전혀 없었으며 1문제를 틀린 학생은곧바로 3등급으로 내려앉았었다.
그러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61점으로 사회탐구 각 선택과목 가운데 가장 낮았다.
◆ 대학 수능점수 활용법 `각양각색' = 특정 과목이 표준점수에서 유리하다거나불리하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없지만 똑같이 문제를 다 맞췄는데도 정작 입시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표준점수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함께 발생하는 셈.
각 대학은 따라서 지난 1월 당초 발표했던 전형계획을 대폭 수정, 표준점수보摹墉隙㎡?표준점수 보정치를 활용하고 수리 `가'형을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취합,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적을 1~100등급의 정수로 서열화한 백분위만 쓰는 대학이 이화여대 숙명여대 단국대 홍익대 을지의대 등 100개대 ▲영역별로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병용하는 대학이 고려대 경북대전남대 건국대 동국대 숭실대 등 18개대 ▲표준점수와 표준점수 또는 백분위를 변형한 점수를 함께 반영하는 대학이 서울대 부산대 포항공대 서강대 아주대 한양대 등7개대이다.
그러나 충남대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성균관대 경희대 인하대 등 68개대는 여전히 모든 영역에서 표준점수만 활용한다.
서울대 충남대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아주대 연세대 포항공대 한국외국어대한양대 등 16개대는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리 `가'형을 지정해 반영하고 114개대는 전체 또는 일부 모집단위에서 수리 `가'형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영역별 반영비율도 대학별로, 그리고 모집단위별로 각양각색이다.
서울대는 인문계의 경우 언어.수리.외국어.탐구는 각 23.8%, 제2외국어/한문은4.8%, 또 자연계는 언어.외국어.탐구영역은 각 23.8%, 수리는 28.6% 반영한다.
고려대(서울) 인문계는 언어.수리.외국어.탐구 각 24.7%와 제2외국어/한문 1.2%이고 자연계는 2외국어/한문 반영률을 수리에 얹어 수리 반영률이 25.9%이며 연세대인문계열은 언어.수리.외국어.사회 24.4%씩에 제2외국어/한문 2.4%를 더하고 사회계열은 4개 영역 각 25%이다.
어쨌든 400점 만점 변환표준점수에 수험생과 대학이 모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대학별로 점수 활용 방식이 제각각이고 그 방식에 따라 당락이 엇갈릴 수 있다는점에서 수험생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