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복지디폴트 걱정인데… 자치구의회 의정비 대거 인상

서울 자치구 19곳 올려

종로·관악구 2곳만 동결… 4곳도 이달 인상 가능성

"평균 인상률 적용해도 자치구 추가 부담 5억"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예산이 없어 내년에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사업에 필요한 예산 1,100억원을 편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치구 구의회들이 내년도 의정비(월정수당) 인상에 앞다퉈 나서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재정이 빠듯해 각종 사업을 줄이고 보육예산마저 주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구의원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18일 서울 자치구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구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인상한 곳은 금천구 등 19곳에 달한다. 강남구와 강동구·마포구·송파구 등 4곳은 이달 중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고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수준으로 동결한 곳은 종로구와 관악구 2곳뿐이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뉘는데 의정활동비는 연 1,320만원으로 모든 서울 자치구에서 동일하게 지급된다. 반면 월정수당은 직무활동 대가로 지급되는 비용으로 매년 주민여론을 반영해 의정비심의회에서 결정한 금액 이내에서 조례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정수당은 자치구별로 재정사정이나 여론 등에 따라 지급액과 인상률에서 차이가 있다.


의정비를 인상한 자치구 가운데 인상률이 가장 높은 곳은 금천구로 내년 의정비를 올해(연간 2,544만원)보다 11.8%나 급증한 2,844만원으로 인상했다. 의정비를 인상한 19개 자치구 평균 인상률(3.86%)의 3배에 달하는 높은 인상률이다. 연간 의정비 지급액으로 따져도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중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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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는 지난 9월에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기초연금 예산이 가장 먼저 바닥나 서울시에서 긴급 교부금을 지원받을 정도로 재정상황이 열악한 곳 중 하나다. 특히 금천구는 재정자립도가 30.3%에 불과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데도 의정비는 가장 많이 인상한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20.4%에 머물고 있는 강북구는 의정비 인상을 올해 대비 8.85% 인상했다. 금천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재정자립도 28.6%인 동대문구도 의정비를 8.67% 인상해 인상률 3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성북구(7.10%), 서대문구(6.79%), 영등포구(6.0%), 은평구(5.08%), 노원구(4.85%), 성동구(4.47%), 동작구(4.0%) 순으로 의정비가 많이 인상됐다.

눈에 띄는 점은 금천구와 동대문구·강북구 등과 같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자치구일수록 내년 의정비를 대폭 인상했다는 점이다. 중구와 광진구·도봉구·중랑구 등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1.7%)에 맞춰 인상을 결정했다. 의정비 인상과 동결을 결정한 21개 자치구 평균 인상률은 3.86%다. 평균 인상률을 적용해도 자치구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연간 5억원 수준이다.

종로구와 관악구는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을 결정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의정비를 현실화할 필요성은 있지만 예산이 모라자 복지 디폴트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굳이 의정비를 올려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수백만원이 없어 사업을 못하고 있는 자치구도 수두룩한데 평균 인상률을 적용해도 의정비 인상에 따른 자치구 부담은 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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