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세력이 러시아와 인접한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를 '제3의 전장'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함수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반군세력이 기존의 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 지역에 이어 남부 해안도시인 노보아조프스크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올렉 시도르킨 노보아조프스크 시장은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탱크와 장갑차 수십대를 동원한 친러 반군세력이 사흘간 포격을 가한 끝에 우리 지역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노보아조프스크는 지금껏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이 집중돼온 북동지역과 상당히 떨어진 남부 해안가에 있다.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10㎞ 거리에 불과한데다 지난 3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이 지역은 반군의 수중에 넘어갈 경우 아조프해 일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반군세력 확대를 막기 위해 노보아조프스크와 크림반도 사이의 거점지역인 마리우폴에 정부군 1개 여단을 추가 배치하는 등 방어태세를 강화했다.
특히 남부지역을 노린 반군의 새로운 전선 형성에 러시아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장이다. 기존의 반군 거점인 북부지역에서 남부로 진격하려면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을 거쳐야 하는데 반군은 그 지역 대신 러시아 국경을 넘어 노보아조프스크로 진입하는 등 러시아의 광범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5일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러시아에서 넘어온 탱크 및 장갑차 등과 노보아조프스크 지역에서 교전을 벌인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익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관계자는 "분리세력을 향한 러시아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고 보다 세련되고 복잡한 무기들이 투입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가졌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의혹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5개월째 지속돼온 우크라이나 위기가 26일 첫 양국 간 정상회담으로 터닝포인트를 맞을 것이라는 희망은 (새로운 전장이 부각됨으로써)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구권의 대러 제재와 러시아의 맞불조치로 양측의 경제적 피해가 가중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올겨울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유럽연합(EU)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가스 소비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러시아산 가스는 유럽 경제에 궤멸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러시아의 가장 큰 무기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러시아가 올겨울 EU 회원국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라며 "자국 회사의 유럽 지역 가스저장소에 가스를 최대한 저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로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성명을 통해 "(야체뉴크 총리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정치 문제와 관계없이 유럽과의 가스 계약을 이행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