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따뜻한 겨울을 전합니다] 대기업들 "베풀어야 산다"

"장기적 이익증대 도움" 사회공헌 적극 나서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새로운 공장을 건립할 때마다 반드시 실업자가 많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고용이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던 필립스는 공장을 짓고 나면 반드시 근처에 학교를 세우기로 유명하다. 필립스의 사례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사회와 주변 구성원의 발전을 함께 리드해갈 때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선진국의 기업과 투자자들은 투자대상이나 거래 상대방을 정할 때 그 기업의 제품과 재무제표 뿐 아니라 사회책임경영 여부와 기업 투명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사회공헌을 기반으로 한 책임 경영이 면피용이 아닌 기업의 생존 자체를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 주주, 임직원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전략적 사회공헌(Strategic Corporate Community Involvement)’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KOSPI200 기업들의 기부금을 조사한 결과 국내 대기업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0.22%(2004년 기준)로 미국(0.17%)과 일본(0.08%)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의 세전 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1.83%로 미국(1.68%)과 일본(1.39%)로 높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의 역사가 짧고 대기업에 활동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아직까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양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사회 혁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차원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연말연시 때 소외된 이웃에 물품이나 인력을 제공하는 1회성 이벤트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지속적인 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시민사회의 신뢰를 얻어 기업과 사회, 국가가 함께 발전해나가는 길을 모색하는 사례가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을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벌여온 롯데그룹은 최근 ‘사회공헌재단설립추진위원회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태스크포스는 기존 2개 재단의 사업을 유지ㆍ발전시키면서 문화ㆍ예술 및 국제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매년 전 임직원이 12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화그룹은 아동복지와 문화예술의 대중화를 주요 공헌 분야로 삼고 있다. 아동양육시설과 장애아동시설 50곳에 대한 봉사활동과 함께 2000년부터 아동, 청소년 및 오지 초등학교 학생 등을 초청,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교향악 축제를 열고 있다. 효성 임직원들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자발적으로 창덕궁 연경당과 규장각, 그리고 인근 숲을 찾아 대청소를 벌인다. 문화유산 보호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얻고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의 보람도 함께 찾자는 취지다. 본사 및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급여 나눔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등에서는 해외 봉사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동대문점에서의 봉사활동은 삼양그룹 신입사원들에게는 필수 코스다. 삼양이 매장 개설비용까지 지원한 이곳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삼양인으로서의 DNA를 뼛속 깊이 심고 있다. 전남 여수에는 아이들이 꽃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야생화 단지를 조성, 놀이터 모래를 새로 깔아주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사회공헌활동에는 공기업들도 적극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99년 창단된 ‘청연봉사단’을 중심으로 고유한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지역사회 후원부터 동티모르 자원봉사를 통한 글로벌 사회공헌활동까지 나눔의 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또 올해 인사규정을 고쳐 기부 및 봉사활동을 인사고과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체계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봉사단을 세운 한국석유공사는 매주 수요일 오후 임직원들이 지역 아동센터, 장애인시설, 자매결연마을 등에서 구슬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 모금활동도 활발해 지난해 600여명이 급여 일부를 적립, 4,000만원의 성금을 모았고 매 분기마다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운동회, 물놀이, 문화체험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기업 특성을 살려 ‘고객 안전가치 향상’을 목표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5년 31개팀의 봉사단을 발족시켜 영세서민 가스시설 개선, 가스차단 안전장치 무료보급, 무료 안전점검 등의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또 공사가 위치한 시흥지역의 장애우 어린이와 저소득층 자녀를 초대, 축제를 함께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은 양립 가능하며 기업은 그들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을 사업 기회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절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용을 길들이는 것과 같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한다면 투입된 노력 이상의 경제적 기회와 혜택, 생산 능력의 확대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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