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흙속의 진주를 찾아라] <6> 동화엔텍

33년째 열교환기 한 우물… 국내선 적수 찾기 어렵죠<br>해양플랜트·항공 부문 등 특수 시장으로 영역 넓혀 2015년 매출 3000억 기대<br>탄탄한 복지·교육 등 인재육성에도 힘써

김강희

"지금껏 경영하면서 노사를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인사가 만사입니다.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근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도 인재만 제대로 공급되면 미래가 있거든요."

21일 부산 강서구 지사동 동화엔텍 연구소에서 만난 김강희(사진ㆍ79) 동화엔텍 대표는 인재 육성에 가장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제대로 키운 1명의 인재가 모두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는 철학에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회사에 합류한 아들 김동건(47) 부사장을 중심으로 인재관리체계를 재편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이를 토대로 인재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평가ㆍ구축 중이다. 인재를 뽑을 때 되도록 어렵게 선발하고 한번 뽑은 인재는 적극적으로 육성해 각자의 성과에 따라 더욱 차별화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회사는 일자리를 더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인재관리 시스템을 시험하는 단계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1980년 설립된 동화엔텍은 선박ㆍ산업용 열교환기 제조업체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물론 해양 플랜트, 항공 부문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적인 강소 중견기업이다. 국내 최초 국영기업인 대한해운공사(현 한진해운)에서 배 기관장과 공무감독관으로 일하다 선박수리회사를 운영 중이던 김 대표가 일본 사업가와의 인연으로 창업한 지 벌써 33년째다.


생산제품은 국내외 주요 조선소, 엔진 제조사, 해운회사 등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양 플랜트용 특수 열교환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 중이다. 이에 힘입어 오는 2015년까지 매출 3,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말 신공장도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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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엔텍은 특히 인재가 우선이라는 철학 아래 직원 복지와 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첫째 10만원, 둘째ㆍ셋째 50만원 등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중ㆍ고ㆍ대학교 자녀 학자금도 지원한다. 또 장기근속격려금은 물론 주택 구입자금 저리 대출 지원도 한다. 뿐만 아니라 1년에 12권의 도서를 읽고 각각 과제 및 시험 제출 후 수료하게 하는 인재육성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 등의 강좌도 무료 제공한다. 일본ㆍ유럽 등 수출 비중이 40% 이상이어서 어학 능력이 중요해서다. 오는 10월부터는 신공장에서 영어강사가 새 강좌를 열 계획이다. 또 업계에서는 드물게 출퇴근 카드를 일찌감치 폐지,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시급제도 없앤 지 오래다.

동화엔텍은 매년 1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대부분 연구직 등 사무직이며 수시채용한다. 325명의 직원 대다수가 정규직이다. 기본적인 승진연한이 있지만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의 경우 특별승진을 시킬 방침이다.

김 대표는 "회사에서 필요할 때마다 채용하고 있는데 직원 수를 지금껏 줄여본 적은 없다"며 "노사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바탕 위에서 한명 한명을 인재로 키우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에 대한 공을 많이 들이는 회사다 보니 직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평균 근무연속은 대체로 12년 이상이다. 지난해 입사한 조민수 에너지ㆍ환경 기술연구소 연구원은 "학생 때 인턴을 했던 인연으로 입사하게 됐다"며 "동화엔텍은 국내에서는 경쟁상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종합 열교환기 제조사"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노태성 경영기획팀 사원도 "동화엔텍은 부산에서도 좋은 직장으로 손에 꼽힐 만한 중견기업"이라며 "입사 후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12~13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고 있고 일부는 무려 20년 이상이나 근속하고 있어 매우 놀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지방의 우수인재들이 수도권으로만 빠져 나가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방대학 출신 가운데 해당 지역 기업에 입사하는 인원이 제한적이라 강소기업이라도 인재 찾기가 쉽지 않고, 이로 말미암아 지역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는 것.

그는 "지방에도 대학이 많은데 졸업생들이 해당 지역에 얼마나 취업하는지 통계조차 제대로 안 잡히는 현실"이라며 "지방대학이 지역 인재 공급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지방육성책을 쓴다고 하는데 지역발전도 결국 인재 싸움"이라며 "지역 인재가 고향에 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고 인재만 공급되면 중소ㆍ중견기업도 이제는 얼마든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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