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재정절벽' 위기에 처한 예산당국이 힘겨운 재원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전 부처에 불용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후 최근에는 추가 근무수당을 줄인답시고 '시간 외 근무'마저 금지했다. 내년 우리 경제의 먹거리 마련을 위해 한창 분주해야 할 시기에 이 같은 공문이 내려오면서 각 부처 관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복수의 정부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국가 세수부족에 따른 예산집행 중지 지시'라는 공문을 전 부처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공문 발송날짜 이전에 결제된 출장 건수 외 이후 불요불급한 출장과 시간 외 근무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재정절벽 위기를 넘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겠다는 의미다. 재정절벽은 수입이 부족해 예정된 지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현행 규정상 5급 일반직·특정직 공무원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시간당 1만1,500원에 달하는 시간 외 수당을 받도록 돼 있다. 야간에는 여기에 3,800원가량이 할증되고 휴일은 9만3,000원가량을 일당으로 받는다. 이렇게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72만원(52시간) 상당이다. 이 같은 시간 외 수당은 급이 낮을수록 줄어들어 9급은 시간당 7,200원가량이고 5급을 넘어선 관리자 직급은 추가근무를 해도 수당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직무에 따라서는 최대 1만3,500원(우정직군 1급)에서 최소 5,200원(군인 하사)까지 세분화돼 있다.
문제는 재정당국이 감사까지 거론하며 초과근무와 출장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신년 정책마련에 밤낮 가리지 않고 분주해야 할 부처가 썰렁해졌다는 점이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공무원들이 전부 일찍 퇴근하고 있다"며 "업무에 필요한 출장을 다녀왔어도 출장 경비를 지급 받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재정수지 악화로 국채 발행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규모 세수결손까지 겹치면서 재정당국이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마련한 고육지책이지만 일선 부서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회부처의 한 사무관은 "야근을 금지한다고 쌓인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수당 받지 말고 야근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에 수조원씩 세금을 새로 쏟아붓느라 사라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무원의 얇은 지갑을 터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침이 세수결손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전문가는 "시간 외 근무까지 갑작스레 들고나올 정도라면 나라 살림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말 아니겠냐"며 "세수결손이 기재부의 예상보다 더 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