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부 외면 속앓는 신도시

"신도시를 잔뜩 만드는 데만 신경을 썼지 열악해지는 기존 신도시 주거환경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에 기대를 걸었던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이 쏟아낸 불만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논의됐던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허용에 대해 정부가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신도시 아파트 주민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분당 등 5개 1기 신도시는 지난 1992년부터 1994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집들이를 하며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됐던 집값 폭등을 해결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1기 신도시는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전셋값 급등 때마다 서울지역 수요를 흡수하며 지속적으로 주거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1기 신도시의 이 같은 기능은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해지는 주택의 노후화다. 건설 당시에도 문제가 될 만큼 부실 시공이 많았던데다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곳곳에서 노후배관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최근 한파에 신도시 내 주택보수 업체들은 일손이 부족할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일산의 아파트를 보유한 김모씨는 "지난 주말에도 세입자의 라디에이터가 부식돼 50만원을 들여 급히 보수해줬다"며 "일년에도 몇 차례씩 문제가 생기지만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그때그때 부분적으로 수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서울시 내 중ㆍ저층 아파트와 신도시 아파트를 차별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쏟아져 나온다. 서울시 내 아파트는 법적 용적률 상한선까지 재건축을 허용해주고 심지어 종 상향까지 추진하면서 재건축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반면 노후도가 이에 못지 않은 신도시 아파트는 '도시기본계획' 변경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산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준공시기를 따지지 않고 안전진단을 한다면 신도시 내 아파트 상당수가 재건축 허용 판정을 받을 것"이라며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에 지어진 공동주택은 분당 9만4,000가구, 일산 6만3,000가구 등을 포함해 28만1,000가구에 달한다. 하루가 다르게 노후화가 진행되는 신도시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신도시 슬럼화' 문제는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후 신도시 재생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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