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만 없어지면 뭐합니까.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와 예산 규모는 줄어들지 않아 자꾸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는데요.”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규(사진) 위원장은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혁의 질’이 달라지기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위원장은“그 동안 정부가 규제 수만 줄였지 이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예산은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며 “그대로 남아있는 공무원들이 자꾸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내는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규제와 함께 인사ㆍ예산 행정도 같이 줄이는 조직시스템을 만들어야 규제개혁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정보통신부가 1년간 이 같은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효과를 봐서 다른 부서에도 전반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각종 규제에 있어 집행권자의 재량권이 많은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 위원장은 “지난 98년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기 위해 허가제가 신고제나 등록제로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당 부서에서는 신고를 받지 않는다든지 서류미비를 이유로 지연시키는 등 일선 행정현장에서 편법적인 규제가 상존하고 있다”며“기업들은 꽤심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직접 찾아가 업무를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데 앞으로 우편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규제개혁 완화를 위해서는 현장 심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개위가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상에서만 심의할 경우 오판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개별 법안들이 기업이나 국민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사안이 많은 만큼 발로 뛰면서 심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개혁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그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규제 법안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사전 조율에 힘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공정거래법의 경우 정부와 재계 양측을 미리 만나 법률안을 완화하기도 했다”며 “설사 정부와 재계 양쪽에서 모두 환영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규제관련 법안을 사전에 현실적으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기존 규제를 타파하기 위해 ‘대국민 규제제안 제도(가칭)’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밥줄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퇴직 공무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퇴직공무원 등 국민들을 대상으로 규제개혁에 대한 제안을 받아, 이를 규개위에서 심사하고 포상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