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한국 브랜드의 디스카운트

얼마 전 ‘상생이 길이다’라는 주제의 기획 시리즈를 마치면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이 때 지면에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이 자리에서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현대차를 일례로 들며 “국내 대기업의 브랜드 디스카운트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현대차는 토요타ㆍ렉서스 등 유명한 외제차에 비해 값이 싼데 싼 만큼을 어디선가 보전해야 경쟁이 될 것 아니냐”며 “단가 인하로 전부 중소기업에 전가해서는 안되며 현대차 스스로도 짐을 나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은 대기업이 하지만 그 손해는 모두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며 “대기업 직원들도 이제는 임금을 올릴 때 중소기업의 임금수준까지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게 진짜 상생”이라고 말했다. 우리 브랜드 제품이 해외에서 값싸게 팔린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을 어디선가 보전해야 된다는 생각을 적어도 기자는 별로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보전을 중소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되며 대기업도 담당해야 된다는 지적도 신선하게 들렸다. 사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중소기업을 취재하면서 많이 들은 얘기 중의 하나는 ‘대기업의 단가 인하 요구 때문에 못살겠다’는 내용이다. 단가 인하 요구가 얼마나 가혹하고 철저한지 어떤 대기업은 1년에도 몇 차례씩 중소기업을 불러 단가 인하를 통보하고 또 어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재무제표를 제출받아 정확히 생존만 가능한 수준으로 마진을 결정해 줄 정도다. 대기업은 자신만이 외롭게 외국의 글로벌 기업과 경쟁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원가 경쟁력을 갖춰야 되고 그러려면 부품 조달 비용을 낮춰야 한다. 단가 인하는 대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기업 간 네트워크 경쟁력이 진짜 경쟁력인 시대다. 대기업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갖춰야 되는 것이다. 브랜드 디스카운트에 대해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디스카운트 된 부분을 어떻게 보전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지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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