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우후죽순 롱쇼트펀드 부작용 커지나

운용자금 3조5000억 넘는데 올들어 설정액 증가 가속도

공매도로 변동성 확대 위험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하락장에서도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롱쇼트 전략이 펀드 업계의 유행처럼 번졌다. 롱쇼트 전략은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매수하고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해 하락장에서도 일정한 이익을 거두는 방식으로 해외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한다. 이 가운데 공매도 부분이 증시의 하락 변동성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롱쇼트 펀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롱·쇼트 관련 운용자금은 3조5,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 운용설정액(2조원) 가운데 70~80%가량인 1조5,000억원과 롱쇼트펀드 설정액(1조7,500억원)의 60%가량인 1조원가량이 롱쇼트 전략으로 운용된다. 또 주가연계증권(ELS)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서도 1조원 이상이 롱·쇼트 운용에 사용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롱쇼트 관련 자금이 급증하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장에서 변동성이 강화되는 위험성에 노출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조~4조원으로 롱쇼트펀드 운용자금과 비슷하다. 지난 2일과 3일 외국인의 매도로 인해 코스피지수가 각각 2.2%, 1.07% 하락할 때 국내 증시의 내림세가 예상보다 컸던 게 쇼트(매도) 물량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롱쇼트 전략을 사용하는 일부 운용사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단기매매에 나서면서 특정 종목에 대해 수급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기사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롱쇼트 관련 자금이 많아지면서 하락장에서 변동성이 커졌다"며 "해외에서도 흔하게 사용되는 롱쇼트 전략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급속도로 자금이 불어나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롱쇼트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일부 업체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운용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롱쇼트 펀드의 건전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롱쇼트 운용자금이 올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쇼트' '마이다스거북이' 등 롱쇼트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지난해에만 9,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올해에는 신영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 그동안 롱쇼트 펀드를 출시하지 않던 운용사마저 가세해 설정액의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영자산운용은 기존 펀드인 '신영아이젠'에 롱쇼트 전략을 가미해 시범 운용 중이고 KB자산운용은 롱쇼트 펀드를 새로 내놓았다. 이들 운용사는 증권사·은행 등의 펀드 판매망이 좋아 롱쇼트로 유입되는 자금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일부 종목의 밸류에이션 정상화 측면에서 롱쇼트 운용자금 증가를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마주들이 터무니없이 상승하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추종매매로 큰 손실을 봤다"며 "롱쇼트펀드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해 쇼트 전략이 적절하게 나온다면 특정 테마에 얽힌 종목들이 과도하게 급등락하는 일이 사라지고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