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 본사 지나친 영향력 차단" 포석

"투자 개방은 하지만 한국법 따라야"<br>글로벌 금융그룹, 이해관계에만 치중<br>국내 경제운용 틀 흐트러질까 우려도


금융감독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현지법인에 위임하도록 권고한 것은 외국인 투자는 개방하되 한국에 들어왔으면 글로벌 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 법을 따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외국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서의 이해관계에 치중해 한국의 경영환경과 거시경제 운용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당국의 이번 권고는 글로벌 금융그룹 본사나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가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 국내 현지법인의 영업이 위축되고 감독에도 적지않은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인수대금이 대주주에게 흘러가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요원이 방한해 검사를 실시했던 것도 감독방향의 전환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에 필수적인 인사와 예산편성권을 한국 현지법인에 넘기라는 것.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일반 직원들의 인사에 대해 행장의 독자적인 판단보다는 본사나 지역본부에서 영향을 받는 소그룹장(부행장)이 공동으로 하는 형태여서 노동조합에서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금감위는 현지법인의 예산과 관련해서도 전체 예산규모는 본부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개별적 예산집행은 현지법인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현지법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감독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호주ㆍ홍콩ㆍ멕시코ㆍ폴란드 등지에서 인사, 경비집행, 위험여신 관리 등에서 해당 국가의 금융감독 관련법규와 지도내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감위는 현지법인의 여신ㆍ리스크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은 그룹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이러한 점검이 개별 여신에 대한 실질적 승인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그룹의 여신ㆍ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내규에 명확히 규정해 운용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관련,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금융감독당국의 권고사항을 내규에 반영하고 이사회를 내외국인 동수로 변경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도 국내에서 영업하는 시중은행인 만큼 국내 제도와 감독을 따라야 한다”면서 “국내외 은행들이 동일하게 감독을 받는 수준으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이나 중소기업 워크아웃 등 국내 제도에 대한 준수 정도가 국내 시중에 비해 매우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권고한 이사 동수 구성과 관련, 감독당국은 SC제일은행이 권고에 잘 따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은 10명의 이사회 멤버 중 5명의 한국인 가운데 감사가 포함돼 있어 엄격하게 보면 역시 외국인이 많은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이사회 멤버 총 12명 중 7명이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정지원 금감위 은행감독과장은 “외국인 임원은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한국인 이사와 외국인 이사 비율을 동일하게 맞출 것을 권고했다”면서 “외국인과 내국인 이사의 개념도 상반기 내에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 이사를 한국계로 내세우더라도 기본 국내 거주기간과 지역 등의 정의를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은 이사회 구성이 대주주의 고유권한이고 상대국과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규정에 의해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현지법인들이 내규로 반영해주기를 강력히 지도할 방침이다. 정지원 금감위 은행감독과장은 “외국계 은행들이 내규에 반영하면 향후 은행 검사 등에서 지적과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자율적으로 시정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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