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추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컴맹 세대」의 퇴출현상이다. 이렇듯 정보화시대의 분위기는 확산돼가고 있지만 우리의 정보환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보라고 불리기에는 미흡한, 소위 「자료」(데이터라고 불리는 것)만 범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자료라는 것은 정보시스템 속에 입력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의미한다. 이것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정보라고 불리지 않는다. 정보라고 불리려면 일단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즉 평상시에는 자료로 정보시스템 속에 존재하다가 어떤 의사결정에 관련성을 갖게 돼 그 자료가 선택되고 의사결정 모형에 알맞게 변형 처리됐을 때에야 비로소 그 자료를 정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보시스템 속에 저장돼 있다고 해서 모두 다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판매회사에서 특정 자동차를 어떤 영업사원이 팔았는가는 하나의 자료가 된다. 이런 종류의 자료들이 매일매일 축적되다가 그 회사의 영업 담당 중역이 사원들의 월별실적을 토대로 보너스를 지급하려는 목적으로 판매관련 자료를 분석, 요약하면 이것은 보너스 지급결정에 중요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정보는 이렇듯 이를 사용하려는 의사결정자의 관심사항에 속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것이 정보냐 아니냐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의 정보환경은 자료의 홍수 속에서도 정작 필요한 정보는 잘 얻어지지 않는 절름발이식 정보화시대를 연출해내고 있다. 단적인 예가 제품광고다. 신문이나 TV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에 관한 광고다. 광고문을 보면 거의 모두 새로운 모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성능 역시 전년도 모델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일반소비자로서는 잘 알아듣지 못할 내용을 자세히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큰 광고면을 아무리 샅샅이 살펴보아도 정작 궁금한 가격에 관한 정보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가품일수록 더 그렇다.
이러한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가격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클 것 같은데 정작 이것은 빠져 있다. 아파트 분양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로서는 입주할 아파트의 현장위치가 가장 궁금할 터인데 현장에 대한 약도는 생략한 채 모델하우스의 약도와 분양사무실의 약도만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심있는 소비자에게 자료만 퍼붓고 있을 뿐 정작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전 조직원들에게 정작 중요한 정보는 공유되지 않은 채 쓸데없는 인사에 관한 루머나 남을 헐뜻는 비방성 소문이 더 활개를 칠 때가 많다. 어느 기업에서는 아주 비싼 값으로 경영관리 소프트웨어를 구입해놓고도 이를 기업 내 조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아 이 소프트웨어를 다른 경로를 통해 불법 복사해 쓰던 사원이 지적재산권 침해로 고소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
정보화사회, 지식경영, 사이버 스페이스 등 신종 슬로건들이 난무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정보에 대한 관심은 성숙이 덜된 느낌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료의 홍수가 아니라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몇개의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