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판 CSI' 첨단 과학수사 어디까지…

"DNA 분석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br>100년된 소나무 DNA 감식으로 절도범 검거 쾌거<br>컴퓨터 시뮬레이션 통해 '고의 교통사고' 적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지난 8월부토 도입한 '마디모(Madymo) 프로그램'. 마디모의 정밀한 계산 값은 사고 당시 탑승자의 상해 여부.

횡단보도에서 충돌한 인체의 움직임 등을 계산해 고의 충돌 여부 등을 판단하는 객관적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CBS TV가 제작한 'CSI(과학수사대)' 시리즈가 'CSI-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CSI수사대는 각종 최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수사기법으로 미궁에 빠진 범죄수사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완전범죄로 여겨졌던 그 어떤 사건도 CSI 앞에서는 단시간 내 범인이 색출된다는 믿음이 대중에 전파되고 있다. CSI 수사대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수년 간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수사가 각종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과거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머물렀던 과학수사 인프라도 최근 일부 지방 경찰청 내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한국형 CSI)'로 확충되는 등 어느새 과학기술 없이는 범죄수사가 불가능할 만큼, 큰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DNA분석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지난 9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람이 아닌 소나무에 대해서도 DNA 조사를 실시, 수 억원대를 호가하는 100년된 자연산 소나무 절도범을 검거하는 쾌거를 올렸다. 계룡산국립공원 내 자라고 있던 '보물급' 반송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경찰은 충남 일대 조경업체들을 조사해 조경업자 A씨 소유의 분재원에서 유사한 형태의 소나무를 발견했다. 문제는 훔친 소나무임을 어떻게 증명하냐는 것. 경찰은 범죄현장에 떨어진 나무뿌리에서 수사의 결정적 실마리를 찾았다. 현장 뿌리에서 얻은 DNA와 A씨 분재원의 소나무 DNA를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 서로 완벽히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어낸 것. 최첨단 분석기법으로 식물의 유전자 정보를 파악, 피의자를 검거한 국내 첫 사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DNA 감식은 국내에서 지난 92년 의정부경찰서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관련 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하면서 첫 적용된 이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괌 KAL기 추락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등 대형 참사사고에서 신원을 확인해주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여기에 식물에 대한 DNA 검사까지 범죄수사에 동원되면서 DNA 분석을 이용한 한국의 과학수사 기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교통사고 허위 진단도 적발= 보험금을 노리고 허위로 교통사고를 위장하는 이른바 사기성 범죄에도 최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국과수가 야심차게 구축, 지난 8월부터 사건에 적용하고 있는 '마디모(Madymo) 프로그램'이 바로 그 것. 일종의 충돌 해석 프로그램인 마디모는 차량 내부 탑승자의 안전도 분석, 보행자 사고 시 인체손상 원인분석, 사고재현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생생하게 구현해 낸다. 예컨대 보상금을 노리고 횡단보도에서 고의로 차에 뛰어들어 상해를 입는 범죄의 경우 마디모가 인체의 충격자세, 차량의 곡면형상 등을 모두 반영한 정확한 시뮬레이션 값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보행자 충돌 움직임이 재현돼 고의사고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는 이른바 '가짜환자'들에게 마디모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마디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정, 계산해 탑승자 모델의 상해 정도를 객관적 데이터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희선 국과수 법과학부장은 "향후 재판에서 배심원제도가 도입되면 이러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감정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 막대한 보험금 손실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발물 제조국 판별가능=일반 대중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폭발물 테러 범죄에서도 과학기술은 빛을 발휘하게 될 전망이다. 폭발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는 관련 폭약을 어디에서 제조했는지 여부. 국과수는 최근 폭약류에 함유된 탄소와 질소의 안정한 동위원소비를 '안정동위원소 질량분석기(IRMS)'로 측정, 생산지와 생산회사까지 상세하게 구별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폭발물이나 총기가 사용되는 테러 현장에서 채취한 극미량의 폭약이나 화약 잔류물로도 테러단체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며 "이 최첨단 기법은 오는 26일 뉴질랜드에서 개최되는 제3차 법과학 안정동위원소비 질량분석학회에 보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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