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선택」. 삼성그룹이 자동차를 법정관리와 함께 2조8,00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발표하자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삼성측이 「최선의 선택」을 한것같다며 환영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채권단은 삼성자동차에 대한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안도하는 모습까지 비춰지고 있다. 채권단 일각에선 그러나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사재출연을 위해 정부가 삼성생명의 상장을 이번 기회에 허용할 것으로 알려지자 『정부와 삼성그룹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보내기도.삼성자동차의 처리와 별도로 삼성측의 이날 발표로 자동차빅딜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빅딜 대상자였던 대우그룹은 채권단과 맺은 재무약정에 다소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차 처리방식이 발표되자 『삼성측이 (굉장히) 성의를 다한 것같다』며 「특단의 대책」이라는 표현으로 반응을 대신했다.
특히 당초 수천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였던 李회장의 사재출연 규모가 2조8,000억원에 이르자 『앞으로 재벌 오너들의 경영방식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올 것같다』며 국내 재벌에 대한 신용도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해석을 내놓기도.
이 관계자는 삼성차의 앞으로 처리방향과 관련, 『그룹측에서는 회생을 통한 제3자매각 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법원측이 삼성자동차의 회생가능성을 판단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혀, 삼성차의 회생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도 이날 『삼성그룹이 자동차를 법정관리에 넣는 것은 자기 책임 아래에서 청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삼성차의 법정관리는 곧 「소멸」을 뜻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삼성자동차의 채권단은 일단 삼성생명 주식가치 검토를 포함해 법정관리 동의여부에 대한 검진작업에 들어갈 방침. 이와함께 삼성차의 법정관리가 당초 재무약정과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재무약정 불이행」에 대한 검토작업도 통과의례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 대부분의 분위기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의 자동차 처리방식에서 채권단의 부담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당초 출자전환 등을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단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룹의 발표에 오히려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특히 일부 채권단은 현재 잠재부실로 잡혀있던 삼성자동차에 대한 여신이 李회장의 사재출연으로 대부분 해소될 것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로 당장 대우그룹은 채권단과 맺은 재무약정을 수정하는게 불가피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전자가 약정상에 빅딜업종으로 잡혀져 있기 때문에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일정에도 조금은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우의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 관계자는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채권단은 이 부분은 감안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재무약정에 큰 변화는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