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제금융국 피말리는 하루

점심시간 폭탄 공세에 숨돌릴틈도 없어

“점심시간에는 신사협정이 있었는데 이제는 도시락 폭탄도 아니고….” 2일 오후3시30분. 정부의 외환시장 정책을 총괄하는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3월 첫 개장일에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숨가쁘게 돌아가는 외환시장을 점검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그의 휴대폰은 하루 종일 울려댔다. 김 국장은 지난주 금요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해외로부터 ‘한 방’ 세게 맞았다. 평소에도 그리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렉스칼럼’을 통해 한국의 외화유동성이 불안하다는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김 국장은 보도를 보자마자 아연했다.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국내 언론처럼 중재위원회에 소송을 할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국제금융과장과 외화자금과장은 수시로 국제금융국장 방을 찾으며 상황을 보고했고 국장은 우리나라 외채가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는 자료를 모을 것을 지시했다. 김 국장도 수시로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윗선에 보고했다. 12시 넘어 역외성 투기세력이 몰려 환율이 1596원까지 치솟으면서 김 국장은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사태파악 및 대책마련에 나섰다. 여기저기서 당국이 뭐 하냐는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오래 참아왔지만 오늘은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이날 외환 당국이 수십억달러의 개입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후에도 그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환율이 장 마감을 앞두고 조금은 내려왔지만 이날 시장 참여자들의 모습은 ‘합리적이고 착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그조차 참기 힘들 정도였다. 마감이 끝난 후. 시장과의 싸움을 마친 뒤 김 국장은 이제서야 국내 언론을 향해 대응에 들어갔다. 오후4시30분이 돼서야 기자실을 방문해 브리핑을 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외국신문 보도를 보고 국내 언론이 여과 없이 받아주면 사실과 다른 걸로 시장에 과도한 불안이 조성된다고 했다. 사실상 ‘읍소’였다. 김 국장은 “가격변수에 민감한 것이 문제”라며 “눈을 감고도 한국 환율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외환정책의 실무 총사령탑을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맞이한 현 상황. 김 국장은 밤 늦게 집에 들어가면서도 미국장의 모습을 뚫어지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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