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t(greatest) thing since sliced bread.’ ‘최고’를 뜻하는 영어 관용구로 사전에 등재돼 있다. 직역하면 ‘썰린 빵 이후에 가장 뛰어난’이라는 뜻이다. 왜 이런 표현이 생겼을까. ‘썰린 빵(sliced bread)’이 뛰어난 발명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이 표현이 오른 것은 1930년대 말부터. 그렇다면 이전에는 ‘썰린 빵’이 없었다는 얘기일까. 그렇다. 빵은 덩어리(loaf)째로 팔렸다. 기계적으로 썰린 빵이 등장한 시점은 1928년 7월7일. 미국 미주리주에서 ‘칠리코스 제빵회사’가 썰린 빵을 처음으로 팔았다.
고대 이집트인부터 20세기 초까지 인류는 덩어리 빵을 썰어서 먹었다. 카드놀이에 정신이 팔려 식빵 조각에 야채와 고기를 넣은 간편식 ‘샌드위치’를 개발했다는 영국 샌드위치 백작(1718~1792)의 요리사도 덩어리 빵을 따로 썰었다.
덩어리 빵을 당연하게 여긴 수천년 세월의 고정관념을 깬 인물은 보석상 출신 오토 로웨더(Otto Rohwedder). 1917년 빵 써는 기계(bread slicer)를 개발했으나 화재로 발명품과 설계도ㆍ가게까지 몽땅 태운 뒤 11년 동안 돈을 모아 1928년에서야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았다.
로웨더의 기계는 세상을 편리하게 바꿨다. 최초 구입자의 매출이 두 배로 늘고 1933년에는 썰어진 빵의 판매액이 덩어리 빵을 앞질렀다. 흥미로운 대목은 1943년 미국 정부가 ‘썰린 빵’의 판매를 금지시켰다는 점. 빵을 썰고 따로 포장하는 데 생산비 10%가 더 들어 전시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주부들의 맹공격을 받아 바로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식탁에 오르는 식빵에는 단순하지만 기발한 착상과 정부의 책상머리 행정, 현명한 소비자의 역사가 뒤섞여 있다.